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지수가 2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불확실성·원자재가격상승·수출부진 등을 주된 애로사항이라고 답한 비중도 커졌다.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8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제조업의 10월 업황BSI는 71로 전달보다 2포인트, 11월 업황전망BSI는 72로 전달보다 6포인트 낮아졌다. 10월 업황BSI 71은 2016년 10월(71)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BSI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로,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하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임을 뜻한다. 한은은 매달 전국 3천여개 기업을 조사해 BSI지수를 발표한다.
업종별로는 경우 5세대통신(5G) 상용화를 위한 부품수요 증가 속에서 전기장비(74)가 5포인트 상승했으나,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화학물질·제품(73)은 17포인트나 추락했다.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전자영상통신장비(82)도 5포인트 하락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7포인트), 화학제품(-13포인트), 금속가공(-11포인트) 등은 11월 업황전망BSI도 어두웠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76, -3포인트)과 중소기업(65, -2포인트) 모두 전달보다 낮아졌다. 기업형태별로는 수출기업(77)은 전달보다 5포인트 낮아져 2016년 10월(76)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내수기업(67)은 전달과 동일했다.
제조업체들의 경영애로사항은 내수부진(23.5%)을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불확실한 경제상황(13%)과 인력난·인건비상승(10.8%), 수출부진(10.5%), 경쟁심화(8.7%), 원자재 가격상승(8.2%) 순이었다. 전달과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상승(+1.6%p), 수출부진(+1%p), 불확실한 경제상황(+0.7%p) 등은 비중이 늘었지만, 인력난·인건비상승을 답한 비중은 1.8%p 줄었다. 한은은 “경영애로사항 조사에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관련해 미·중 무역분쟁을 언급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비제조업의 업황BSI는 76으로 전달과 같았다. 업종별로는 수입자동차 판매 증가와 여행 성수기에 따른 관광객 증가 속에서 도소매(+2포인트)와 숙박(+15포인트) 등은 상승했고, 정보통신(-8포인트)과 운수창고(-4포인트)는 하락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우려에 따른 운수·창고(-5포인트)와 9·13 부동산대책 발표에 따른 부동산 설계·감리 등 감소 우려로 인한 전문과학기술(-6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2포인트 하락해 75를 기록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10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2.6으로 전달보다 4.4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업황BSI가 큰 폭(2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신흥국 위기와 미·중 무역분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커, 전체 산업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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