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신남방특별위원장이 28일 대한상의에서 연 시이오 조찬 간담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28일, 50~60대와 청년들에게 ‘아세안에 진출하라’고 말했다. 한국에 우호적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 분위기를 강조하며 한 발언이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실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중동 등 국외 진출을 강권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보좌관은 부적절 발언 논란이 제기되자 사과했다.
김 보좌관은 이날 아침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시이오(CEO)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을 대상으로 신남방 정책에 대해 50분가량 설명했다. 그는 2017년 6월부터 청와대 경제보좌관, 지난해 8월부터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아왔다.
김 보좌관은 “신남방 정책은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아세안, 인도와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정책이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친기업 정책”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보호무역주의가 굉장히 강하고 일본은 역사 문제로 수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중국도 사드 보복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남방 국가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아세안은 평균 성장률 5~6%이고 인도는 평균 성장률 7~8%다. 소비 시장 규모도 연 15%씩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50~60대, 학생들의 아세안 교류를 권장했다. 그는 “박항서 감독도 처음엔 소위 구조조정된 거 아니냐. 그런데 베트남에서 새로운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트린 것”이라며 “50~60대들은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나 가고, 에스엔에스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세요. 인도에 가야 해요. 여기 성공 사례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세안의 한류 열풍을 언급하며 “국문과 졸업하면 취직 못 하잖아요. 그런 학생들 많이 뽑아서 태국, 인도네시아의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며 “여기서 헬조선 이러지 말고 여기 보면 해피 조선이에요”라고 했다. 또 그는 “여러분들이 중국 진출할 때 환영받았나요? 일본 진출 환영받았습니까? 차별 속에서 진출했잖아요. 지금은 대접받으면서 그렇게 진출할 수 있는 게 신남방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남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쳤다”며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현준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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