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WTO 각료회의 폐막
‘민감품목’ 명시…한국 ‘개도국 지위’ 미해결
홍콩에서 열린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개발의제(DDA) 논의에서 2013년까지 농업 분야 수출보조금을 완전히 철폐한다는 각료 선언문을 채택하고 18일 폐막했다. 149개 회원국이 난항 끝에 각료 선언문 채택 자체가 유산되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한 셈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국이 2010년까지 농업 분야 수출 보조금 완전 철폐를 요구한 데 대해 유럽연합이 불가를 외쳤지만, 최종 조율 끝에 2013년이란 시한을 확정했다”며 “협상 전체 맥락에서 볼 때 다음 단계 문제를 풀기 위한 한 고비를 넘어섰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비농산물(NAMA·공산품) 시장 개방 협상에선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감축하는 스위스 공식을 채택하되 나라별로 적용 계수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최대 쟁점인 농산물 시장 개방 협상에선 ‘민감품목’과 ‘개도국 특별품목’의 실체가 각료 선언문에 명시되고, 특별품목을 각국이 스스로 선정한다는 대원칙(셀프-데커레이션)이 확립된 점이 진전으로 꼽힌다.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은 시장개방에서 예외적 보호를 확보할 수단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적정수의 특별품목을 스스로 정하되, 이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구체적 조건을 추후 협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도국이 ‘특별 긴급수입제한’을 시행하는 조건은 물량뿐 아니라 가격도 고려할 수 있어 시장보호 수단이 강화됐다.
하지만 우리의 개도국 지위 인정 여부는 여전히 미해결 쟁점으로 남아 있다. 또 민감품목의 폭을 늘리고 의무수입 쿼터 물량을 줄이는 것도 협상 과제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제네바의 임시 각료회의는 이와 관련한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회의의 구체적 일정도 나오지 않았고, 녹록지 않은 고비들이 산재해 있어 협상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는 평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도하‘개발’의제라는 협상 명칭을 잊지 않고 최빈국들의 ‘개발’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그 결과 선언문은 ‘모든 최빈 개도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2008년까지 또는 협상 결과 이행시기에 맞춰 ‘무관세·무쿼터’ 시장접근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아 최빈국의 수출 조건을 호전시켰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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