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통화위원이 3일 한국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금융안정을 강조해 온 금융통화위원이 예상보다 나빠진 경기와 저물가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한국은행이 점차 금리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승범 한은 금통위원은 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산업활동, 수출입, 소비자물가가 모두 안좋아져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어 고민”이라며 “금융안정 뿐만 아니라 경기와 물가 등 최근의 실물상황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 0%대 물가 지속에 대해 “공급측면이 아닌, 성장률이 낮은 영향으로 수요 측면에서 물가가 낮다면 통화정책에 그러한 부분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올해 들어 다소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이 5%가 좀 안되고 연체율도 낮아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는 장기적으로 (기준금리) 역전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당장에 자본유출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고 오히려 금리인하 기대가 있으면 자본이 더 들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혹은 중도적 매파로 분류되는 그는 “매와 비둘기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했다. 물론 이날 발제에서는 “금융위기는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와 같다”는 미국의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의 말을 인용하면서 “과도한 신용공급이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 수립 때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지난 5월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한다는 소수의견을 밝혔고 다른 위원도 다음 통화정책 결정때 금리를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안정을 강조해 온 매파 성향 위원들이 점차 경기 둔화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점을 들어 금리인하는 시기의 문제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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