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전남 진도와 목포를 여행했다. 진도에선 진도향토문화회관에 들러 오후 2시부터 열리는 토요민속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레퍼토리는 진도풍류가, 단막창극-마당쇠 글 가르치는 대목, 입춤, 진도북놀이, 강강술래, 진도아리랑이었다. 관객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흐름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강강술래가 압권이었다. 강강술래는 한복 입은 여인들이 손 잡고 돌면서 추는 춤 정도로 알았는데, 심 봉사가 눈 뜨는 듯한 체험을 했다.
강강술래 내용이 다채롭기 짝이 없었다. 빙빙 돌아가는 기본형이 순식간에 지나가자 갖가지 놀이가 강강술래 안에서 펼쳐졌다. 기와밟기, 문지기놀이, 덕석몰이, 덕석풀기, 꼬리따기, 가마등, 외 따먹기 등 수십 가지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순신 장군이 우수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아군 수가 왜병에 견줘 매우 적어 부녀자를 모아 산허리를 밤새 빙빙 돌게 해 군사 수가 끝이 없도록 보이게 한 것이 강강술래 기원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전기가 없던 옛날 고대인이 보름달 밝은 밤에 춤추고 놀던 시절부터 내려온 풍습이란 설이 더 유력하다.
강강술래와 비슷하게 손에 손 잡고 원을 그리며 추는 ‘원무’는 전세계 곳곳에서 전해 내려온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진집 <인간가족>에는 세계 16개국에서 찍은 원무가 실렸다. 복장과 피부색이 다를 뿐 영락없는 강강술래다. 다른 나라 원무를 본 적은 없지만 감히 짐작건대 강강술래만큼 풍부하게 눈과 귀를 호강시키진 못할 것이다.
이날 공연에서 왼쪽에 선 김종심(74·강강술래 보존회 회장)씨와 회원 박종숙(64)씨가 메김소리를 했는데 모두 진도 사람이다. 진도에 가면 강강술래를 놓치지 말고 봐야 할 것이다. 강강술래는 중요무형문화재 8호이며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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