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민간의 투자와 소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조사 결과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 및 경제심리지수’ 자료를 보면, 경제심리지수는 전달보다 0.8 하락한 88.4로 2012년 11월(87.9) 이후 6년여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경제심리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6 떨어진 89.7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87.2)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경제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구성항목 가운데 경기 대응성이 높은 7개 항목을 뽑아 종합해 작성한다. 100을 밑돌면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어두운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26일,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3.4 떨어진 92.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년7개월만의 최저치였다.
8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는 69로 한 달 전보다 4 하락하며 지난 2월(69)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70을 밑돌았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00을 밑돌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업체보다 많았음을 뜻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68)가 전달보다 5 떨어져, 2 떨어진 비제조업(70)보다 하락폭이 컸다. 특히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부문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가 72로 한 달 전보다 11이나 떨어졌다. 한은은 일본의 수출규제나 미-중 무역분쟁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달 전 산업의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는 72로 이달의 71보다 1 높아, 기업들이 미약하지만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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