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서 대규모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이유는 9.3%에 이르는 총지출 증가율뿐만 아니라, 국세수입이 전년에 비해 감소하는 등 위축된 세입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2년 연속 법정한도를 넘긴 조세지출 역시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을 보면,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 예산(294조7천억원)보다 0.9% 감소한 292조원으로 전망됐다. 국세청 징세 실적, 부동산 시장 변동 등에 따라 실적치에도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본예산 편성을 기준으로 국세 수입이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업 경기 악화의 영향을 받은 2010년 세입 예산안은 전년도에 비해 3.9% 감소한 168조6천억원 수준이었다. 내년 세입이 줄어드는 이유로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첫손에 꼽힌다. 내년도 법인세수 전망치는 64조4천억원으로, 올해 예산(79조2천억원)에 비해 18.7%나 줄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멈춰 가격이 떨어진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 교역량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68조8천억원으로 올해보다 0.2% 늘어나고, 소득세는 88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부진 여파로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비과세·감면, 세액공제 등으로 깎아주는 국세를 뜻하는 조세지출은 2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할 전망이다. 세금을 걷어 예산으로 지출하는 일반적인 재정사업과 달리, 조세지출은 걷어야 할 세금을 깎아주거나 비과세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전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재부가 29일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0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내년 국세감면액은 올해(50조1천억원)보다 1조8천억원 증가한 51조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감면 가운데는 징수한 세금을 세입으로 잡기 전에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근로장려금(4조4천억원), 보험료 소득·세액공제(4조원), 연금보험료 세액공제(3조1천억원), 면세농산물 등 의제매입세액공제(3조1천억원) 순서로 규모가 컸다. 특히 내년에는 투자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생산성향상시설투자 세액공제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등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조세지출이 고소득자와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돌아가는 몫이 각각 31.8%, 12.3%로 올해(31.0%, 11.8%)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세수 전망 가운데 조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국세감면율은 15.1%로 증가해 2년 연속으로 법이 정한 한도(14.0%)를 넘어서게 됐다. 국가재정법은 직전 3년의 국세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한도까지만 조세지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국세감면율(14.5%)도 법정한도(13.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재정당국이 국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하는 재정사업에 비해 조세지출을 쉽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과도한 조세지출이 본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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