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넷째 “70억원대 주식 넘겨라” 장남에 소송
한진그룹 2세 형제들이 70억원대의 유산을 놓고 법정다툼에 나섰다.
조중훈 전 회장의 둘째아들 조남호 한진중공업 부회장과 넷째아들 조정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부친이 숨질 때 유산 분배에 대해 약속한 대로 피고가 지배주주로 있는 비상장법인(정석기업)의 주식을 넘기라”며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주식명의개서절차 이행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들은 소장에서 “유산에 대해서 상속인들 사이 법정상속분에 따른 분배를 약정한 바 있고 조양호 회장은 ‘원고들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2003년 말까지 주식이나 처분대가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주식을 넘기는 것과 함께 의무 불이행에 따른 3억4천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정석기업의 주식 중 조중훈 전 회장의 동생 조중건씨 명의 주식 4만8천여주와 처남 김성배 한진관광 고문 명의 주식 2만여주는 조중훈 전 회장이 명의만 빌린 차명주식이므로 약속대로 지분을 넘기라는 주장이다. 6만8천주는 정석기업 주식의 3.4%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로 따져 68억여억원이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소송 대상 주식은 형제간 합의 당시 차명주식으로 알고 있었으나, 조사 결과 개인소유 재산으로 확인됐다”며 “개인 소유 재산을 조양호 회장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양호 회장은 두 부회장과 협의해 소송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는 자본금 104억원의 작은 기업이지만, 서울 소공동 해운센터 등을 소유하고 있어 장부상 자산가치만 2400억원대에 이르는 알짜기업이다.
정남기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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