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ESS 생산 익산공장 전경. 엘지화학 제공
정부와 기업들의 안전대책이 나온 뒤에도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제조상의 결함과 안전관리 미흡에 대한 외국 전문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따라 태양광 에너지 등의 발전시설을 늘리는데만 치중해 안전 기준 마련 및 관리는 뒷전이었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품질인증·위험관리 회사인 ‘디엔브이 지엘’(DNV GL)은 지난달 말 국내 보험회사의 의뢰로 이에스에스 화재 원인에 대한 심층 조사를 벌인 뒤 보고서를 냈다. 디엔브이 지엘이 누리집에 공개한 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디엔브이 지엘은 “고장을 일으키는 제조사의 작은 결함을 찾아냈으며 그밖에도 모니터링 및 화재 예방 시스템이 미흡해 작은 고장이 큰 화재로 확대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문제가 발견된 특정 제품이나 사이트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니콜라스 레논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은 “국제 안전기준과 한국 안전기준이 달라서 작은 오작동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미 현 안전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자들도 큰 화재 피해로 번질 수 있는 작은 고장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 및 화재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이에스에스 관련 국제 공식 안전 기준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 시장은 우리보다 까다로운 안전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2017년 8월부터 현재까지 2년여 간 이에스에스 설비에서 확인된 화재 총 28건이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이에스에스 화재원인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6월까지 23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6월 발표에서 화재원인을 특정하지 않고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해 비판을 받았다. 또 제조 설치 단계의 안전 기준 대폭 강화를 비롯해 이에스에스 전체 시스템에 대한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 등 안전대책을 발표했지만 정부 발표 이후에도 4개월 간 5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특히 지난 달 이에스에스에 설치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에스디아이(SDI), 엘지(LG)화학 등이 화재 예방 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경남 하동과 김해에서 각각 피해규모 4억원, 7억원 규모의 화재가 발생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