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개통 당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민자 사업자의 손실 위험을 대신 떠맡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을 해도 민자사업의 협약 수익률은 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직전 사업의 수익률을 뒤따르는 관행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정부 지원정책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1994년부터 2014년까지 20여년 동안 진행된 민자사업의 협약 수익률 결정요인을 분석한 ‘민간투자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협약 수익률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와 민자사업의 적격성심사를 맡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를 보면, 각종 민자사업의 협약 수익률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직전 3개 유사사업의 평균 협약 수익률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협상 관행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건설 기간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건설 보조금은 협약 수익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총사업비 대비 보조금 규모가 1% 증가하면, 협약 수익률은 0.008%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업 자체의 위험성과 자금 조달 비용 등은 협약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운영 기간이 길어지거나 총사업비 규모가 증가할수록 사업의 위험성이 커지는 셈이지만, 협약 수익률 결정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실시 협약상의 추정 운영수익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맺은 경우에는 협약 수익률이 오히려 높게 책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위험을 떠안는 구조임에도, 수익률을 오히려 높게 보장한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기에 진행된 민자사업들은 수익률(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15% 수준)이 매우 높게 책정된 경향이 있다. 이때도 최소운영수익보장 등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선행 사업 관행대로 협약 수익률을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는 재정 낭비라는 비판 속에 지난 2009년 모두 폐지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향후 민자사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의 건설 보조금 지원 등이 정부의 협상력 제고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으므로, 민자사업 적격성심사 시 사업의 위험을 계량화하고, 정부 지원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민자사업의 경쟁률 제고도 강조했다. 도로·항만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주로 활용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한 경쟁 절차에 1개의 경쟁사가 추가로 참여할 경우 수익률이 0.257%포인트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김강수 연구위원은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최초 사업 제안자에게 우대 점수를 주고 있는데, 경쟁률 제고 측면에서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쪽에 유리한 협상을 위해 최초 제안자 우대 점수를 낮추고, 반대로 탈락자에 대한 제안비용 보상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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