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서 산불과 들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7일(현지시각) 야생동물 구조대원이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지역 캥거루섬의 케이프보다 인근에서 산불로 털이 그을린 코알라 한 마리를 구조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된 산불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상징하는 동물인 코알라가 사실상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케이프보다/EPA 연합뉴스
재앙으로 평가받는 산불로 인해 관광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오스트레일리아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농산물과 자원 등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에 대해 수입선 다변화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호주 산불 피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이례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산불 영향까지 겹쳐 올해 관광업과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ANZ)과 시장조사기관인 로이모건(Roy Morgan)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산불이 발생한 2019년 9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9월 112.8을 기록했는데, 지난 1월7일 106.2까지 떨어졌다. 통상 새해 첫 주에 소비자 심리지수가 크게 오르는 현상을 고려할 때, 반등 없는 하락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은 산불 영향이 지수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성장 동력 역할을 했던 관광업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관광업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과 고용증가율(3.3%)에서 전체 평균(각각 1.9%, 2.4%)을 크게 웃돌며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산불로 인해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으며 대기오염도가 급상승한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유명 관광지인 시드니가 포함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축산공사에 따르면,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소는 전체의 9%, 양은 전체의 13%로 추정되는 등 농업 생산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화재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사우스웨일스 주, 빅토리아 주는 양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애들레이드 힐즈에서는 화재로 해당 지역 와이너리의 30% 이상이 전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외경제연구원은 주요 수입품목인 육류, 양모, 와인 등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호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액은 8억6600만달러로 전체 쇠고기 수입의 44%를 차지했다. 또 양모의 경우는 전체 수입의 92%를 차지할 정도로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다. 수입선 다변화 등 대응책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셈이다. 연구원은 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 만큼, 석탄·철광석 등 자원 개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유연탄 수입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비중은 41%, 철광석은 72%에 달했다. 연구원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한편, 기후 관련 재해에 취약한 신남방 지역 국가와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6일 오스트레일리아 동남부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호주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산불로 최소 29명이 숨지고, 남한 면적과 비슷한 1000만 헥타르(10만㎢)가 불에 탔으며, 가축·야생동물 등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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