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디지털서비스 사업과 함께 소비자 대상 기업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도 디지털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BEPS)의 포괄적 이행을 위한 137개국 다자간 협의체인 아이에프(IF·Inclusive Framework)는 27~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런 내용의 합의를 했다고 기획재정부가 31일 전했다.
애초 디지털세 논의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에 따라 국경을 초월해 영업활동을 하는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업체를 겨냥해 시작됐다. 그러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압력으로 과세 범위가 소비재를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으로까지 확대됐다.
기재부가 전한 합의 내용을 보면, 아이에프는 일정 규모 이상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수익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시장 소재국이 디지털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서비스 사업(온라인 플랫폼·게임·동영상 서비스 등)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전제품·포장식품·컴퓨터·프랜차이즈 등 소비자 대상 사업에도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등 중간재와 금융업·운송업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회사들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디지털세는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글로벌 매출액, 대상 사업 총매출액, 배분 대상 초과이익 등이 일정 규모 이상인 다국적기업에만 적용된다. 또 단순히 외국 시장에서 매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시장 소재국 내 중요하고 지속적인 참여(광고·홍보, 고객정보 수집 등을 통한 매출 증대)가 요구된다. 이번 합의안에는 과세 대상을 선별하는 구체적인 요건은 빠졌다. 향후 논의 과정에 자국 기업과 세수를 보호하기 위한 각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에 디지털세가 얼마나 부과될지 여부는 앞으로 논의 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국내 기업에 추가 세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예를 들어) 삼성전자도 새 과세권 배분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내던 세금을 다른 나라에 (나눠) 내는 것이어서 액수는 같다”며 “소비자 대상 사업의 과세권 범위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아이에프는 2월 중 개최될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번 합의안을 추인한 뒤 연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나라마다 세부 과세안을 마련하고, 국가간 다자 조약을 체결하기까지는 3~4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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