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과열로 지난해 4분기 가계 빚 증가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가계 빚 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1600조원을 넘어섰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금융기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천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7조6천억원(1.8%) 증가했다. 분기별 증가금액 기준으로 2017년 4분기(31조5천억원·2.2%)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주택거래 증가에 따라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이 함께 늘어나면서 11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가계 빚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가계 빚 증가율은 대출규제 효과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2015년(10.9%)과 2016년(11.6%) 가파른 속도로 늘어나다 이후 정부 규제정책 영향으로 한풀 꺾였다.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4.1%로 2003년(1.6%)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이 전분기(1.0%)보다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증가를 항목별로 보면, 가계대출 잔액이 23조원 늘어난 1504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규모는 직전 분기(13조4천억원)는 물론 1년 전인 2018년 4분기(19조4천억원)보다 컸다. 이 가운데 주택대출이 12조6천억원 늘었고, 일반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0조4천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주택매매 거래 증가와 전세자금 수요 지속으로 주택대출 증가폭이 확대됐고, 기타대출도 계절적 수요와 주택거래 관련 부대비용 발생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95조7천억원으로 4분기에 4조6천억원 늘었다. 연말 계절 요인으로 전분기(2조4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가계소득보다 빚이 빨리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가계소득 대비 빚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96.6%로, 2분기 말(95.6%)보다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최근 둔화했지만 명목 지디피 증가율을 다소 웃돌고 있다”며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시차를 두고 올해 2분기 정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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