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하락에…작년 1인당 국민소득 4.1% 줄어 3만2047달러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
환율 외 수출·투자 부진 등도 영향
원화 기준으론 전년보다 1.5% 늘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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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달러화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1% 감소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올라갔지만 연간 성장률은 2.0%로 변동이 없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전년(3만3434달러)보다 4.1%(1387달러)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4%) 이후 최대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1.9%) 이후 4년 만이다. 원화 기준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3735만6천원이었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져 달러화로 표시하는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7년(3만1734달러)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연 바 있다. 한은은 “환율상승 요인 외에도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교역조건도 나빠져 국민소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실질 성장률 잠정치를 지난 1월 나온 속보치와 같은 연 2.0%로 집계했다.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분기 실질 성장률은 전기 대비 1.3% 성장해 속보치(1.2%)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됐다. 설비투자(1.8%포인트), 건설투자(0.7%포인트), 민간소비(0.2%포인트) 증가율이 높아진 영향이다. 연간 기준으로 성장 기여도는 민간이 0.5%포인트, 정부가 1.5%포인트를 차지했다.

지난해 명목 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크게 못미친 1.1%에 그쳤다. 명목 성장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0.9%)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국민경제 전반의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지디피 디플레이터’(명목 지디피/실질 지디피)가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 급락으로 전년 대비 0.9%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디피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6년(-0.2%) 이후 처음이다. 총저축률은 34.6%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하락해 2012년(34.5%) 이후 가장 낮았다.

박성빈 한은 경제통계국 부장은 “지난해 4분기에는 소비와 투자 등 민간 내수가 회복되는 흐름이었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이 추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올 1~2월 수출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