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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 부회장이 ‘진정한’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등록 2020-03-13 19:40수정 2020-03-15 10:34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반성하고 사과하고 약속하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감시위)는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이렇게 권고했다. 경영권 승계 및 노동 이슈 관련 잘못된 행동을 반성,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것이다. 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횡령과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설치를 권유하자 삼성이 만든 조직이다. 삼성은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감시위가 ‘30일 안’으로 기한을 정한 터라, 조만간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감시위를 둘러싼 논의는 그동안 다음과 같이 진행돼왔는데,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 그대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25일,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 회삿돈으로 뇌물을 준 것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이었다고 대법원이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커진 상태였다. 이목이 쏠린 가운데 재판장인 정준영 판사는 피고인에게 이례적인 제안을 했다. ‘감시위 설치’였다. 다만 “이번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해둔다”는 전제가 붙었다. 법원 안에서 보기에도 예상 밖 행동이었다. 국민에겐 생경한 광경이었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지난 1월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이 감시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1월17일 정 재판장은 감시위 설치 제안과 재판은 무관하다는 전제를 뒤집고, 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선 “이 부회장에게만 허용된 특혜이자 사법거래”라는 반발이 나왔다.

2월5일 감시위는 첫 회의를 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타워에 사무실도 꾸렸다. 2월27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감시위 활동이 이 부회장 형량을 줄이는 데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그리고 지난 11일 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사과를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제 사과를 할 예정이다.

결국 지난 5개월 동안 재판은 재판부의 제안과 이 부회장의 응답, 그에 따른 감시위의 활동과 또다시 이 부회장의 응답(예정)으로 흘러왔다. 사실상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온 셈이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5개월 사이 삼성이 보인 행동을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와해’ 사건으로 이사회 의장(이상훈)이 법정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사과문을 내놓은 뒤에도, 노동조합이 직원들에게 발송한 조합 가입 안내 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했다.

다음주 줄줄이 열릴 예정인 삼성 계열사들 주주총회에서도 문제점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엔 김태한 대표이사의 연임이 안건으로 올라 있다. 그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증거인멸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인물 중 핵심 인사다. 계열사들이 주총에서 선임하려는 사외이사 중에는 삼성 변호인단이 사법부에 제출하기 위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의견을 모을 때 이에 참여한 교수들이 포함돼 있다. 사외이사에겐 감시 기능이 필수다. 삼성이 감시위를 앞세워 강조하는 준법감시 의지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설사 ‘진정한’ 사과를 한다 해도 이를 개인 범죄의 ‘양형 깎기’에 실제로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정 피고인에게 수개월의 시간과 회삿돈을 활용해 조직을 꾸릴 기회를 주고 이를 고려해 처벌을 줄여주는 것이 우리나라 사법체계 안에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인가? 재판장이 첫 재판에서 ‘제안’의 입을 뗀 뒤로 줄곧 논란이 되고 있다. 특검은 이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이 이 부회장에게 편향적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옆 재판부(형사3부)에서 현재 기피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심리 중이다. 그 결과가 위 질문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경화 산업팀 데스크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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