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매시장 일대에 배달 지게가 세워져 있다. 이날 통계청은 산업생산과 소비는 각각 전월보다 3.5%, 6.0% 줄어들며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생산·소비·고용 등 각종 실물 지표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월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3.5% 감소했다. 감소폭은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줄었는데, 중국 우한 지역에서의 부품 공급이 끊겨 생산 차질을 빚었던 자동차가 27.8%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이날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은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첫 통계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는 지난 1월20일 발생했지만,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등장한 31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확진자가 폭증했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 이동 및 경제 활동의 위축이 본격화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3.5% 줄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감소폭이 컸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이 18.1%나 줄었고 항공여객업(-42.2%), 철도운송(-34.8%), 여행업(-45.6%) 등도 큰 타격을 받았다.
내수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도 6.0% 감소해 2011년 2월(-7.0%)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의류 등 준내구재(-17.7%), 승용차 등 내구재(-7.5%), 화장품 등 비내구재(-0.6%) 판매가 모두 줄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 패턴 변화로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고용에 미치는 여파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848만8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3천명(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동월비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2월 조사 결과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2월23일 이후 처음으로 집계된 고용 지표”라며 “3월에도 심각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3월 통계는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 지표도 역대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를 보면, 이달 전산업의 업황 지수는 한달 전보다 11포인트 내린 54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았다. 하락폭은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컸다. 기업경기실사지수란 기업가의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체감 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지수가 한달 전보다 9포인트 꺾인 56으로 2009년 3월(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서비스업이 속한 비제조업(53)의 업황지수는 11포인트 떨어져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현웅 한광덕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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