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이 -1.4%(전기 대비)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분기에도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보면, 민간소비 부진이 마이너스 성장의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비를 제약하면서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3.1%포인트 끌어내렸다. 여기에 대면접촉 자제 영향을 받은 서비스업의 부진이 맞물렸다. 1분기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1998년 1분기(-3.2%포인트) 이후 가장 경기 하방 압력이 컸다. 정부가 예산을 조기에 풀어 경기 방어에 나섰지만 성장률 하락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성장률에 대한 민간의 기여도는 -1.5%포인트였고, 정부의 기여도는 0.2%포인트였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0.7%포인트)는 높아졌다.
문제는 2분기부터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는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2분기 민간소비는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외 수요가 위축되면 우리 경제의 수출이 줄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미뤄지게 된다. 실제 이달 1~2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26.9% 급감했다.
이러한 대외 충격은 고용시장 불안과 가계 소득 불확실성을 키워 소비를 다시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월 고용 악화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1분기에 선방했던 투자와 순수출 부문의 부진이 나타나면서 2분기는 마이너스 성장폭이 더 확대될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경기침체’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연간 성장률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제전문기관들의 예측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의 여파를 고려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춰잡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같은 -1.2%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가 벌어졌던 1998년(-5.1%) 이후 21년 만에 역성장을 겪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은 플러스 성장(0.8%)을 했다.
일각에서는 대외 충격이 상반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쳤다는 평가와 함께 점진적인 경제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박양수 국장은 “3분기부터 경기가 조금씩 회복해 4분기 경제활동 수준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하게 된다면 0% 부근의 성장세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고용유지 등을 위한 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향후 경기 흐름은 선진국 수요의 본격적인 둔화라는 대외충격과 내수의 반등 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우 디비(DB)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활동 재개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정책들이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를 부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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