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에 대해 “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25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통화기금이 세계경제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추면서 한국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를 좀 과다하게 조정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의 한달 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0.2%)를 수정해야 할 만큼 큰 여건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은 24일(현지시각)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보다 0.9%포인트 낮춘 -2.1%로 전망했다. 세계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를 고려해 1.9%포인트 낮춘 -4.9%로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이른 뒤 점차 진정 국면에 들어서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 총재는 “지금 보면 코로나19 진정 시점이 조금 늦춰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활동은 순차적으로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에도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 ‘슈퍼세이버’의 증가로 상당기간 저물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소비와 투자 회복을 더디게 하고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물가하락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정책 체계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