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2023년부터 상장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계획을 밝히면서, 주식을 팔아 번 이익에 대한 과세 역사에 관심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보편주의가 주식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일 서울대 이창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펴낸 ‘세법강의’를 보면,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위한 법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칙상속’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교수는 책에서 “S그룹 대주주의 아들 아무개는 아버지로부터 현금 60억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원을 납부한 뒤 이 돈으로 같은 그룹내 비상장주식을 사들였다. (중략) 3년 뒤 이 회사는 주식을 상장했고, 아무개는 상장 후 시세에 따라 주식을 약 6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52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소득세법이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았던 까닭에 아무개는 양도소득세도 내지 않았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됨에 따라 국회와 행정부는 1999년부터 상장주식이라도 대주주의 대량매매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도록 소득세법령을 개정하였다”고 밝혔다.
S그룹은 삼성이며, 아무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편법으로 부를 상속받으면서 세금을 회피한 뒤에야 관련 법령이 바뀌었던 셈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1억4천만원을 물려받은 뒤 상장 직전의 에스원 등 삼성 계열사 주식과 전환사채 등을 사들여 상장 후 되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구체적으로 에스원의 경우에는 1994년 삼성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78억77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갖게 된 뒤 1996년 1월 상장한 뒤 2년 간 355억9300만원에 팔았다. 차익이 277억1600만원에 달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에는 1994년께 신주인수권을 인수한 뒤 곧 행사해 18억6000만원 어치 주식을 갖게 된 뒤, 상장(1996년 12월) 직후에 280억9900만원에 매각해 262억3900만원의 차익을 올렸다. 제일기획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1996년 발행한 전환사채를 기존 주주가 포기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 뒤 지분을 갖게 됐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총 20억1600만원을 들여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됐다. 1998년 3월 제일기획이 상장하자 주식 전량을 161억1600만원에 매각하 141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부담한 세금은 주식을 팔때 내는 거래세 0.3% 뿐이었다.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상장한 뒤 주식을 내다팔아 원금보다 세네배 이익을 남겼으면서도, 이익에 따른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 비판이 있고나서야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에 대한 과세를 위해 법이 마련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기재부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법망을 피해 상속을 진행하고 세금을 회피하고 먼저 빠져나간 뒤에야 관련 법령을 마련했다”며 “교묘하게 세금 부담을 지지 않아 이를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하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관련 법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자로, 대부분 재벌 총수 일가가 대상이었다. 2000년 3% 보유 혹은 100억원 이상 주식 보유자로 조금 넓어진 뒤 2013년 2% 혹은 50억원 이상, 2016년 1% 혹은 25억원 이상, 2018년 1% 혹은 15억원 이상, 2020년 1% 혹은 10억원 이상으로 계속 확대됐다. 내년에는 1% 혹은 3억원 이상으로 더 넓어진 뒤 2023년 모든 투자자가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면서 대주주 기준은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기본공제 2천만원을 적용해 한해 주식을 팔아 2천만원을 초과해 이익을 낼 때 세금이 부과된다. 거래세는 지금보다 0.1%포인트 낮춘 0.15%(2022년 0.23%)가 된다.
이에 대해 오종문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하고 있으며,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모든 투자자를 상대로 한 양도소득 과세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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