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7시께 서울 종로구 관철동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광복절 연휴 때까진 작년 매출 기준으로 80~90%는 회복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20% 정도 될까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맛골에서 만난 한 민속주점 사장 ㄱ씨는 이렇게 말했다. ㄱ씨 가게는 ‘피맛골 터줏대감’으로 꼽히며 평상시 10여개 테이블이 꽉 찰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다. 그랬던 ㄱ씨의 가게는 8·15 광화문 집회 직후 인근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었던) 3월보다 재택근무하는 직장인도 늘었고, 단골도 발길을 끊었어요. 확진자 수가 줄면 좀 나아질까요?”
광복절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일주일간 전국 골목상권 매출 감소폭이 한주 전보다 갑절 남짓 커졌다. 확진자가 집중 발생한 서울·경기 등 수도권, 그중에서도 8·15 집회 장소 인근인 종로구와 중구 소상공인 매출 감소폭이 특히 더 컸다. 지난 3~4월 1차 유행기 때 어려움을 겪은 뒤 한숨 돌리던 소상공인들이 석달여 만에 다시 최대 고비를 맞닥뜨리고 있다.
26일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5만곳의 카드결제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8월 셋째 주(17~23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 지수는 0.85였다. 소상공인 매출 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같으면 1, 전년보다 매출이 줄었으면 1 미만으로 표기된다. 매출지수 0.85는 지난해 100만원을 벌던 곳이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85만원밖에 벌지 못했다는 뜻이다. 광복절 연휴가 낀 직전 주(10~16일) 매출지수가 0.93이었던 점에 견주면, 한주 만에 매출 감소폭(7%→15%)이 두배 남짓 커진 셈이다.
수도권 골목상권 타격은 특히 심각했다. 이 기간 서울의 골목상권 매출 지수는 0.75에 그쳤다. 1차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였던 2월 말~3월 초(2월24일~3월1일)께와 같은 수치다. 그중 광화문과 인접한데다 기업이 몰려 있는 종로구와 중구의 매출 지수는 각각 0.55, 0.60으로,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국 광역시·도 중 두번째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지역인 경기도(0.83)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기승을 부린 3월 초(3월9~15일)와 동일한 수준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
이는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기업들이 다수 재택근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서울 골목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광복절 연휴 직후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에서 5년째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정아무개(41)씨는 월 400만원인 임대료와 직원 1명의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최근 적금을 깼다.
정씨는 “7월 하루 매출이 1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주부터는 20만원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점심시간에 방문한 종로구의 한 닭백숙 집에도 손님이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가게 직원 ㄴ씨는 “광복절 연휴가 지나고 이 근방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많이 들어갔다. 지난주에는 손님이 평상시의 절반 정도로 줄었는데, 이번 주에는 3분의 1로 더 줄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일대 자영업자들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여의도에서 3년째 일식집을 운영하는 곽종민(37)씨는 평소 하루 1~2건은 있었던 예약이 지난 17일부터 모두 취소돼 한동안 아예 문을 닫았다가 지난 25일 다시 열었다. 곽씨는 “주로 직장인 회식으로 예약하는 수요가 많은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두 취소됐다”며 “지난해 평균 월 1600~1800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 3월 400만원으로 급감했고, 6~7월에는 1000만원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이번 달은 다시 4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의도 식당가의 ㄱ한식집 상황도 비슷하다. 직원 김아무개(54)씨는 “지난 7월부터 8월 초까지는 점심시간에 만석이었을 정도로 회복됐는데, 지난주부터는 손님이 절반도 안 되고 예약도 취소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신민정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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