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상장을 앞둔 카카오게임즈가 이틀에 걸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대 증거금을 모았다.
2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케이비(KB)증권 3사 집계를 보면, 신규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몰린 증거금은 58조6천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세운 에스케이(SK)바이오팜(30조9889억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경쟁률도 1524.85:1로 에스케이바이오팜(323:1)과 제일모직(195:1)을 훨씬 뛰어넘었다. 1525주를 청약해야 1주를 배정 받는다는 뜻이다. 공모주를 청약하려면 총 신청금액의 절반을 증거금으로 지불해야 해,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1주라도 받으려면 최소 1830만원(2만4천원×1525주×0.5)은 넣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넣어도 5주가량 배정 받는 데 그치는 셈이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청약 신청이 한꺼번에 몰린 통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잠시 중단됐고 고객센터 전화도 먹통이 됐다. 삼성증권은 청약이 시작되는 오전 8시부터 아파트 단지 인근 지점마다 청약을 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고 전했다. 청약에 실패한 이들은 공모가보다 2배 이상 높은 6∼7만원에 장외 주식을 사기도 했다.
당장의 기업가치만 보면 카카오게임즈가 에스케이(SK)바이오팜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을 만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자체 개발 신약 3종을 보유한 에스케이바이오팜과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자체 개발 게임보다 퍼블리싱(유통)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훨씬 높다. 증권사 예상 주가도 에스케이바이오팜은 공모가 4만9천원의 2배인 10만∼11만원대에서 형성됐지만 카카오게임즈는 2만8천원∼3만3천원으로 공모가 2만4천원보다 최대 27% 높게 형성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카카오게임즈이 크게 흥행하자 증권사들은 저금리에 갈 곳 없는 투자자금이 카카오의 브랜드 효과와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했다고 본다. 신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투자자 예탁금이 60조원을 넘어선데다 에스케이바이오팜도 크게 흥행해 학습효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을 안 해 본 투자자들도 입소문을 듣고 자금을 넣을 만큼 투자 열기가 뜨겁다”고 설명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도 “이용자층이 두터운 카카오톡이 카카오게임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올 11월 ‘배틀그라운드’ 제작사가 신작 게임 ‘엘리온’도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유통하기로 해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봤다.
다만 현재 기업가치보다 시장 기대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구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결국 게임사의 경쟁력은 자체 개발 게임이므로 카카오게임즈가 여기에 역량을 더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의 매출 비중은 퍼블리싱(유통)이 60%, 자체 개발 게임이 20%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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