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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만일 대비하자” 올 상반기 상장사 현금·현금성 자산 ‘쑥’

등록 2020-09-03 04:59수정 2020-09-03 10:14

코로나19로 현금 필요했던 시기
1623개 상장사 현금흐름 보니
투자에 쓰는 현금 안 줄였지만
은행 차입 등 통한 현금은 ↑
비용 주니 영업현금도 소폭 늘어
“부채 많을수록 유동성 위험 심화
결국엔 기업 매출 회복이 관건”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상장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에 견줘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투자활동에 들어간 현금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발행 등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 조달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당장 씀씀이를 줄이지는 않되 위기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가 2일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지난 6개월 사이에 국내 1623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에 새로 유입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순증감액을 집계해 보니 총 62조7159억원으로 연초(201조6928억원) 대비 31%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현금과 현금성자산 2296억원어치가 빠져나갔지만 올해는 대규모로 유입됐다. 기업들이 현금을 비롯해 금융기관 수표, 만기에 다다른 어음 등 3개월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금융상품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세부 항목인 영업활동현금흐름(당기순이익 등)과 투자활동현금흐름(금융상품 등), 재무활동현금흐름(은행 차입 등)을 보면 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82조3276억원으로, 지난해 84조7846억원과 거의 투자 규모가 비슷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75조7358억원에서 올 상반기 101조3845억원으로 1.3배 가량 느는 데 그쳤다. 그런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8조8209억원에서 43조6655억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들의 씀씀이나 벌이가 당장 줄지는 않았지만, 운영자금 등 앞으로 돈이 더 들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 신규 주식 등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66% 줄었지만 총 사업비 1조6천억원에 이르는 제주 복합리조트 공사를 예정대로 이행하고 있다. 당장은 관광객이 많지 않더라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 연 수천억원 규모 매출을 낼 수 있다고 기대해서다. 대신 480억원을 공사비와 사업운영비 목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도상호 계명대 교수(회계학)는 “아무리 코로나19가 불확실성으로 작용해도 기업들이 3∼5년 규모로 세워 놓은 투자계획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큰 틀에서 투자계획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경로로 운영자금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라고 봤다.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회계학)도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 규모를 줄이지는 않았지만 조달한 돈을 투자에 적극적으로 쓰지도 않았다. 앞으로 이런 ‘비축형’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재무활동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은 삼성전자 등 10대 대기업(자산 기준) 현금 증감분을 제외하고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1613개 상장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2조원으로 지난해 53조원과 규모가 비슷했고 투자활동현금흐름도 올해 57조원으로 지난해 65조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재무활동으론 지난해 14조원보다 2배 이상 많은 36조원이 새로 유입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현금성 자산을 2배 이상 확보한 한 무역업계 지주회사 관계자는 “성수기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차입을 늘렸다”며 “현재는 보유 현금으로 단기 차입금 가운데 상당액을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가지고 있던 일본 상장사 주식도 최근 매각해 2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은행 차입 등을 통한 현금 확보는 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매출을 늘려 부채를 갚아나가는 게 성장하는 기업의 재무구조인데 지금은 그 반대”라며 “유동성 위험을 낮추려면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매출이 다시 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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