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청약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모가가 높아서 노후자금 다 끌어와도 몇 주 못 받을 것 같아요.”
주식투자자 김아무개(80)씨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첫날인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증권사 지점을 둘러보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들 눈치를 보는지 예상보다 방문객이 적고 상담 대기 시간도 길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경쟁률을 지켜보고 청약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이날부터 6일까지 이틀 간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느 증권사를 통해 청약하는 것이 유리할지, 투자수익률이 기대만큼 될지 등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한겨레>가 이날 서울 마포구와 종로구 증권사 지점들을 돌아보니 김씨처럼 “내일 다시 오겠다”며 청약을 미루거나 지점 한켠에서 전화통화로 장외가격을 분주하게 알아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빅히트의 청약 첫날 통합경쟁률은 89.6:1로 에스케이바이오팜(61.93대 1)의 첫날 경쟁률보다는 높았지만 카카오게임즈(427.45대 1)보다는 낮았다. 청약증거금도 8조6242억원으로 에스케이바이오팜(5조9413억원)보다는 높았지만 카카오게임즈(16조4140억원)보다는 낮았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114.82:1) 경쟁률이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대우(87.99:1), 엔에이치(NH)투자증권(69.77:1), 키움증권(66.23:1)이 뒤를 이었다.
투자금 대비 빅히트 주식 배정 물량이 극히 적은 탓에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 공모가는 카카오게임즈(2만4천원)와 에스케이바이오팜(4만9천원)보다 높은 13만5천원이다. 1억원을 청약증거금으로 걸면 경쟁률이 1000대 1일 때 1.4주를 받는다. 첫날 이른바 ‘따상’(시초가 2배 형성 후 상한가) 하면 공모가보다 21만6천원을 더 번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일 평가 차익(19만2천원·5주)보다는 많지만 에스케이(SK)바이오팜(101만9200원·13주)보다는 턱없이 적다. 그나마 경쟁률이 500대 1이면 2.9주를 받아 평가 차익이 43만2천원으로 늘어난다. 투자자들이 개별 증권사의 청약경쟁률을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청약하려는 이유다. 이외에도 빅히트의 비티에스 위주 매출 구조와 비티에스 주요 멤버의 군 입대 위험 등을 이유로 공모가가 비싸다고 봐 청약을 미루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비티에스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보면 일부 팬들이 빅히트 공모주 청약에 나서기 시작했고 개인투자자들도 케이뱅크 ‘빅히트 공모주 갖기’ 이벤트 등 각종 대출창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빅히트는 6일 청약을 마감해 8일 배정을 공고한다. 상장일은 오는 15일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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