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굴리는 돈의 규모가 2분기에 100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채 발행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운용 규모는 1년 새 65조5천억원 증가한 110조1천억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가장 컸다. 이 가운데 주식·펀드(21조3천억원)와 채권(11조5천억원)에 투자한 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기관 예치금(49조8천억원)도 1년 전(26조4천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정규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주식투자 대기성 자금인 단기저축성 예금과 개인들의 주식매수가 늘면서 주가도 상승해 운용자금이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금조달액(46조1천억원)도 2016년 1분기(48조2천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주택담보대출과 주식투자 목적 대출 중심으로 1년 전보다 25조4천억원 늘었는데 자금운용 증가 규모에 견주면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가계의 여윳돈을 의미하는 순자금운용액(운용-조달)은 64조원으로 40조원 급증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가처분소득은 6.5% 늘었지만 코로나19로 민간소비가 3.7%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반대로 순자금조달액(조달-운용)이 37조9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금납부 유예로 정부수입이 18조5천억원 감소한 반면 적극적 재정 집행으로 정부소비(5조9천억원)와 이전지출(2조3천억원)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48조1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액은 29조1천억원으로 1년 새 13조8천억원 증가했다. 매출 감소로 수익이 둔화한 가운데 운전자금 수요와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차입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90조4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2분기 말 현재 가계의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2244조9천억원으로 석달 새 163조2천억원 늘었다. 기업과 정부를 포함한 국내 순금융자산은 2984조5천억원이다. 총금융자산은 1경9653조원을 기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