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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문재인 정부 ‘자본이득 과세 강화’, 여당 스스로 뒤집는 격

등록 2020-10-08 20:22수정 2020-10-09 02:33

주식 투자자에 휘둘리는 ‘공평 과세’
대주주 요건 완화 미뤄지나
김태년 ‘2년 유예’ 사실상 공식화
추경호 “여당 의원들과 의견 같아”
기재부는 예정대로 추진 뜻
대주주 기준 종목당 10억→3억 낮춰도
9만명선 추산…소액투자자 무관 판단
“조세 형평성과 동떨어지고
정책 일관성·신뢰성 허물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년부터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자본소득 과세 강화 방안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여당이 2년 유예를 공식화하고 나섰고 야당도 적극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2년 뒤면 양도소득세가 전면 도입되는 만큼 대주주 요건 완화는 달라진 사정에 맞춰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상황 변화와 현장 수용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민주당은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조속한 시일 내에 당정협의를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8일 이틀에 걸친 기재부 국감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주주 기준 완화 유예는 여당뿐 아니라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정부나 청와대가 끝까지 반대할 경우 여야 합의로 입법을 통해 과세 대상 확대 방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 실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재부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과 의견이 같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현행 기준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대량 보유자이자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정의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담겨 있는데, 해마다 그 대상이 확대돼 왔다. 2015년 25억원이던 기준이 2017년 15억원, 2019년 10억원으로 낮아졌다. 내년엔 추가로 기준이 완화돼 올해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당 3억원 이상 주식 보유자는 내년 4월부터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다. 기재부는 대주주 3억원 완화시 전체 주식투자자의 1.5%에 해당하는 9만명으로 소액투자자와 다른 대규모 투자자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해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인수위 성격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조세 개혁 과제의 하나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약속했고, 이어 기재부는 2021년부터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다음해 이 내용을 담아 시행령을 개정했다. 같은 해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조세 개혁과제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권고했다.

여당의 대주주 요건 완화 유예 주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마련한 자본소득 과세 강화 계획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어서 비판이 나온다. 오종문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에 ‘대주주 3억원 요건’을 담았는데 이제 와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 차원과 동떨어지는데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연말 매도 물량 급증으로 인한 주가 폭락 우려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기준 완화가 있었던 2019년 12월 말 순매도가 4조8천억원 규모였고, 올해 말에는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일시적인 변동성이 커질 뿐 주가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개미들 덩달아 반기 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 완화에 개인투자자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연말의 대규모 매도세다. 지난해에도 대주주 지정 요건(종목당 10억원)을 피하려는 개인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번엔 그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주식 보유액을 산정할 때 세대 합산하지 않고 개인별로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론 투자자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며 “본인은 소액 투자자여서 과세 대상이 안 되더라도 특정 종목의 이른바 ‘큰손’이 대주주 과세 회피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염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동안 대주주 요건에 해당될 수 있는 투자자들은 매년 12월 말 이전에 대규모로 보유 주식을 매도한 뒤 이듬해 초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대주주 지정을 회피해왔다. 예를 들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매년 12월에 매도 우위(순매도)를 보였다. 같은 기간 양도소득세 적용을 받지 않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 우위(순매수)를 더 많이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대로 대주주 지정 요건을 종목당 보유액 10억원 이상으로 하면 과세 예상 인원은 약 1만명이지만, 예정대로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한다면 약 9만명으로 늘어난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올해 말 대주주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과거에 견줘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과세 범위가 급격히 커져 연말 증시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동학개미가 올해 어렵게 살려놓은 주식시장을 이렇게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행 대주주 과세보다 더 합리적인 양도소득세 제도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는 대주주 지정 조건을 완화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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