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큰 폭의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년 만에 월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540억 달러)를 넘어 작년 수준인 600억 달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이 5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102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8년 9월(112억4천만 달러) 이후 24개월 만이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상품, 서비스 수출입을 비롯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흐름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1~9월 누적으로는 43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증가세(15억6천만 달러)로 전환했다. 8월까지 누적은 지난해보다 8억9천만 달러 적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관 기준 수출입 차이가 9월(87억 달러)에 이어 10월(60억 달러)에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10월 경상수지도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540억 달러)를 상당 폭 상회할 것이고, 지난해 흑자액(약 600억 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저유가 등을 비롯한 리스크가 혼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는 주로 수출 증가세에 힘입은 바 크다. 통관기준으로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6% 늘어난 480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지난해 동월대비 12.4% 증가), 화공품(16.0%), 승용차(24.3%) 위주로 늘었다. 수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늘어난 393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이 각각 17.6%, 9.3% 증가했고, 원자재 수입은 12.4% 감소했다.
수출입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수출, 수입 모두 줄어든 데 따른 이른바 ‘불황형 흑자’ 흐름에서 벗어난 셈이다. 수출 쪽의 큰 폭 증가세로 수출입 차이인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는 120억2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서비스 수지는 20억4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 및 운송 수지 개선으로 지난해 같은 달(22억6천만 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운송수지 개선은 항공여객 운송은 줄어든 반면, 해상 및 항공 화물 운송 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임금·배당·이자 흐름과 관련 있는 본원소득 수지 흑자 규모는 배당소득 수지 적자 전환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 15억4천만 달러에서 6억1천만 달러로 줄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라 해외 현지법인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반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배당 지급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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