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잠정)’ 통계 자료에선 언뜻 보기에 아귀가 맞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대 3위’, ‘두 달 연속 세 자릿수 흑자’, ‘1~10월 누적 549억7천만 달러, 연간 전망치 650억 달러 11월 달성’이라는 쾌조의 기록 바탕에는 수출 실적이 깔려 있는데, 정작 그 수출 실적이 작년 10월보다는 적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발표된 국제수지 통계 중 상품수지에서 수출은 작년 10월보다 4.3% 줄어든 469억9천만 달러였습니다. 수입 감소 폭은 더 커 10.3%였고, 이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늘었고, 이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액도 늘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에선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결과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 평가했습니다. 맞는 지적일까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추석 연휴가 10월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조업 일수가 작년 10월보다 이틀 짧았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하루 수출 물량이 20억 달러 안팎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월간 단위로만 따질 경우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은이 조업 일수를 고려해 일일 평균 수출 물량을 따져 봤더니 올해 10월엔 하루 22억4천만 달러였습니다. 작년 10월 일일 평균치보다 4.8%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일일 수출액이 꽤 오래 감소세를 보이다가 마침내 증가세로 전환한 것입니다. 2018년 1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10월 상품수지, 경상수지 흑자를 ‘불황형 흑자’라고 하는 것은 실상을 제대로 보지 않았거나 잘못 알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통계치엔 나름의 장점과 함께 결함을 아울러 안고 있습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계절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전년 동기대비로 하면 연속성을 담아내는 데 한계를 띱니다. 월 단위 전년 동기대비에선 또 조업 일수가 다른 데 따른 차이를 빠뜨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 잣대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해야하는 까닭입니다. 현재 수출 흐름이 어떤지는 일평균 실적을 보는 게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속에도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자동차를 중심으로 실적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힘입어 수출입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1~10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49억7천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예상치 650억 달러 흑자를 11월에 조기 달성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수출 업체를 중심으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분위기도 아닌 듯합니다. 경제 체질이 달라진 점도 있고, 원화 못지 않게 유로화나 중국 위안화도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띠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