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기업 보상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 기업 보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키코 관련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해 보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상 기준에 대해선 “기존 대법원 판결 및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법률 의견을 참고하고 개별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전날인 14일 시티은행도 이사회를 열고 키코 피해 기업에 보상한다고 밝혔다. 두 은행은 보상 금액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정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파생상품이다. 환차손 위험을 피하려 가입했던 수출 중심 중소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 급등으로 큰 피해를 봤고, 상품 위험 대비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주장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유효라고 판단했지만 일부 기업에 대해선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두 은행이 피해 보상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나온 지 1년 만이다. 당시 분조위는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조사해 4개 키코 피해 기업(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255억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 놨다. 신한은행은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28억원, 하나은행은 18억원, 디지비(DGB)대구은행은 11억원, 한국씨티은행 6억원이다. 이외에 147개 피해 기업은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모두가 배상을 거절하자 금감원은 ‘은행 협의체’를 꾸려 147개 기업에 대한 조정 절차를 계속 진행했고 이번에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보상을 결정했다. 현재 케이디비산업은행은 배·보상을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이번 조처가 은행들의 이미지 관리 차원이라고 봤다. 감독당국 권고안을 정면으로 거절하는 데 부담이 따르는데다 최근 사모펀드 관련 책임론마저 불거지자 악화된 여론을 키코 보상으로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사모펀드 부실판매 등으로 신뢰가 떨어져 이를 회복하려는 계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배상’ 대신 ‘보상’이라고 칭하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은 명확히 했다”고 해석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새로 임명된 유명순 행장이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키코 상품을 최초로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다.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금감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은행협의체에서 자율 조정을 거친 일부 기업에만 보상하겠다는 방침이어서다. 키코 피해 기업을 대표하는 키코공동대책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자율협의체를 거친 기업만 보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권고한 대로 4개 기업 모두에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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