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MZ세대’를 이야기하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MZ세대는 ‘요즘 세대’를 이르는 말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기업과 브랜드가 앞다퉈 MZ세대 욕구를 읽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까닭은 MZ세대가 소비의 중추를 이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창의성·모험심·파급력’이란 3요소로 무장한 이들은 세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선사하며 트렌드를 주도한다.
2020년 우리가 MZ세대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실 속에 MZ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변화에 유연하며, 온라인에 친숙하고, SNS에 능통한 특장점을 살려 사회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맵’을 만드는 등 재능기부를 했고, 의료진에게 ‘덕분에 챌린지’를 펼치며 적극적으로 선한 오지랖을 부렸다. 또한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해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챌린저스’ 앱으로 인증과 공유를 하며 주변 모두가 일상을 가꿀 수 있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국내 최초, 유일의 20대 전문 연구기관이다. “이들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믿음으로 10여 년간 요즘 세대만 분석했다. 그런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MZ세대를 연구하며 발견한 절대 공식이 있다. “M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는 1년 이내 사회 주류 트렌드가 된다”는 거다.
MZ세대가 반응하고 떠들기 시작한 것은 결국 1년 이내에 세대를 초월해 대부분 사람이 궁금해하고 즐기는 것으로 확산한다. 2020년을 뜨겁게 달군 ‘깡팸’이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에 올려진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매일 보며 영상에 달린 댓글을 즐기며 노는 MZ세대 사이에 벌어진 이 팬덤 현상은, 휴식하던 비를 다시 화면 앞으로 불러냈다. 비를 모델로 한 농심 ‘깡’ 시리즈 제품의 매출이 처음 100억원을 넘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 중 65% 이상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내가 SNS에 올리는 글 하나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내가 소비하는 물건에 기업과 브랜드가 분명히 반응하는 것을 보아온 MZ세대는 스스로가 주변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블’한 사람임을 잘 안다.
책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1>에선 2021년 MZ세대를 대표하는 핵심말로 ‘인플루언서블 세대’를 선정했다. ‘Influenceable(영향력 있는)+世代(세대)’의 합성어로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행동하며 변화를 만드는 MZ세대를 뜻한다.
이외에 ‘일상력 챌린저’(소소한 도전으로 일상을 가꾸는 힘을 기르다), ‘컨셉친’(취향에 맞는 콘셉트 세계관 속 콘텐츠로 소통하다), ‘세컨슈머’(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을 찾아 즐기다), ‘선한 오지랖’(누구도 피해 보지 않기를 바라며 착한 유난을 떨다)을 핵심말로 선정해, 2021년 일상·관계·사회·소비 전반에 파고들 변화를 예측했다.
매년 10월이면 서점에 수많은 트렌드 서적이 쏟아진다. 2021년에는 현재 10권 이상 출간됐다. 독자는 어떤 책을 사야 하는지 고민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마다 다루는 핵심 주제가 다르다. 각자 관심사에 집중한 책 두세 권을 집어 함께 비교해 읽어보고, 2021년 트렌드의 핵심 줄기를 독자가 예측해보는 것도 트렌드서를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MZ세대의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편집하며 크게 느낀 건, 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사라졌다는 거다. 간혹 “요즘 세대는 개인주의가 극심하고 종잡을 수 없어 겁이 난다”는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이들이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이들의 속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 독자가 이런 서평을 남겼다. “이 책은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궁금한 기성세대,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싶은 MZ세대 본인, 2020년 흐름이 궁금했던 사람, 시대 흐름을 파악해 주목받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라고.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면 좋은지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트렌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세대, 이들을 통해 2021년에 펼쳐질 사회 전반의 흐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선세영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shinesun@wisdomhou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