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들 “한우물 대신 사업 다각화”

디지털 융합 추세 가속화
새 성장동력 찾기 안간힘
MP3업체들 디엠비등 진출

MP3 플레이어, 반도체, 인터넷 등 특정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냈던 아이티(IT) 기업들이 새로운 생존 동력을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가속화하면서 전문화된 한 영역에만 매달려온 업체들은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몸부림이 가장 절박한 곳은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다. MP3 플레이어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지만, 애플 같은 글로벌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기기 자체만으로는 더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한 업체 임원은 “많이 팔더라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구조여서 대다수 업체들이 탈 MP3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국내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 찾고 있는 탈출구는 ‘사업 다각화’다. 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와이브로 게임기 등 이른바 멀티미디어 기기들이다.

올 들어 아이옵스는 엠피3 플레이어의 생산 규모를 절반 정도 줄이는 대신, 휴대용 멀티미디어 방송과 통신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 지상파 디엠비와 피엠피, 네비게이션 등의 다양한 멀티미디어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엠피오 역시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 업체로 말을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레인콤은 일찌감치 휴대용 동영상기기를 내놓고 ‘탈 MP3’를 선언했다. 레인콤은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쇼에서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를 접목한 휴대용 게임기 ‘아이리버 G10’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19일 국내 최대 인터넷 게임포털인 한게임을 서비스하는 엔에치엔(NHN)과 업무제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레인콤은 “온라인 포털 뿐 아니라 와이브로망 사업자인 케이티 및 장비업체인 포스데이타와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원도 지난해 피엠피 시장에 진입했으며, 현원은 다른 전자회사를 흡수해 제품군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음악사이트인 에스케이텔레콤의 ‘멜론’, 케이티에프의 ‘도시락’, 벅스 등과도 제휴를 맺어 유료음원 지원에 대한 콘텐츠 기반을 확보해 놓고 있다.

사업다각화는 글로벌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과 인터넷 네크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 등은 최근 가전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컴퓨터와 집안의 디지털가전 제품들을 연결해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반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 내친 김에 인텔은 무선통신, 의료 등의 분야로 시야를 넓힐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들이 소비자 가전과 정보통신, 모바일 등과 융·복합돼 빠르게 진화하면서 주력 품목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적 상황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시장에 뛰어든 국내 중소업체들의 경우 과도한 투자비용과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