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증시 과열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주가의 여러 지표를 보면 상승 속도가 대단히 빨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차입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투자자의 주의를 촉구했다. 그는 주택가격도 실물경기와 소득여건에 비춰 과도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계부채에 대해선 부실이 급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낮아졌고 대출 만기도 길어져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졌다. 실제 연체율도 낮은 수준”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아직은 이르다”며 거리를 뒀다. 이 총재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금리정책의 기조 변경은 현재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용과 내수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자산시장은 과열되는 상충된 상황에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번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문에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상황의 변화에 유의할 것”이라는 문구가 새로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에서 ‘중립’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코로나 재확산에도 우리 경제가 올해 3%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고수했다. 그는 “소비는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여 이전 두차례 확산기에 비해 충격이 훨씬 크겠지만,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선별지원’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게 효과가 높고 경기회복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