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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까다로운 일본시장, 한번 뚫으니 물반 고기반”

등록 2006-01-25 18:45수정 2006-01-25 19:07

안복영 휴맥스 일본법인장이 일본 도쿄의 한 대형 양판점에 진열돼있는 휴맥스의 위성용 디지털 셋톱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복영 휴맥스 일본법인장이 일본 도쿄의 한 대형 양판점에 진열돼있는 휴맥스의 위성용 디지털 셋톱박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셋톱박스 첫 진출땐 1년여간 ‘매출 0엔’
제품개발 뒤 발로 뛰며 양판점 판로개척
쌍방향모뎀등 첫선…매출 800억원 달성

세계를 뛴다/⑤ 안복영 휴맥스 일본법인장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보는 일본 가정을 방문해보면 ‘휴맥스’라는 이름이 붙은 셋톱박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소니·파나소닉·파이오니아 등 일본 유명 대기업 제품 일색이던 셋톱박스가 최근 들어 휴맥스 제품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휴맥스는 일본 셋톱박스 시장에 진출한 지 4년여 만에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위성용 셋톱박스와 케이블용 셋톱박스 시장에서 모두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며 무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일본시장은 ‘회원제 살롱’이라고 보면 돼요. 들어가려면 돈도 많이 내야하고 까다로운 절차도 통과해야 하죠.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워낙 까다로워서 다른 업체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거든요. 물 반 고기 반이죠. 하하.”

2001년 12월 일본법인이 세워지면서 부임한 안복영(40) 휴맥스 일본법인장은 2002년 말 첫 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여의 ‘마음 고생’을 잊지 못한다. “자본금이 8억원이었는데 야금야금 까먹기만 했죠. 일본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던 상황이어서 매출이 전혀 없었거든요.” 일본에는 독자적인 전자통신 기준인 ‘아라이브’가 있다. 그러나 기준이 워낙 세밀하고 복잡하다보니 제품 개발이 쉽지 않았다. 한국 본사에서도 걱정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지원할 것인지, 자본금만 까먹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제품이 제대로 나올 것인지…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는 “품질만 좋다면 안정적인 진출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2년 가을 첫 제품 개발이 끝난 뒤 두달여간 일본 전국의 대형 양판점 수십곳을 돌며 제품 홍보와 판매에 나섰다. 한국은 위성방송 사업자가 셋톱박스를 사들여 가입자에게 나눠주지만, 일본은 시청자가 직접 양판점에서 사야한다. 일본 전역을 발로 뛴 덕분에 2003년 1월31일 처음으로 양판점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23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세계를 뛴다
세계를 뛴다
하지만 400만 위성방송 가입자만을 상대로 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고민하던 안 법인장의 눈에 띈 것이 케이블용 셋톱박스다. 일본의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2300만 가구에 이른다. 케이블방송은 또 사업자가 셋톱박스를 사주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적었다. 잘 만나주지 않는 일본 최대의 케이블 방송사업자 제이콤을 상대로 6달 동안 끈질기게 설득하고 ‘구애’했다. 결국 2003년 말 계약에 성공했고, 2005년 초 일본 최초로 쌍방향 모뎀을 갖춘 케이블용 셋톱박스를 출시하며 업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매출도 8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안 법인장은 “우리와 미국의 한 대형업체가 제이콤의 최종계약자로 선정됐는데, 미국업체는 아직도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고 웃었다.

안 법인장은 “한발짝 먼저 나아가는 것이 휴맥스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휴맥스 일본법인은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서 바로 하드디스크에 녹화할 수 있는 케이블용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있다. 수신기능이 2개 들어있어서 한 방송을 보면서 다른 채널을 녹화할 수도 있다. 일본 도쿄의 내리마연구소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연구원 10여명이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6달 넘게 제품개발에 매달려있다. 하지만 개발된 제품이 없으니 모든 문제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법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안 법인장의 또다른 ‘먹거리’를 찾아내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 그의 가방 속에는 항상 휴대용 동영상플레이어가 들어있다. 방송을 볼 수 있고 녹화까지 되는 휴대용 텔레비전 개발 사업이 그의 구상이다. 그는 “유럽은 나라가 많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지만, 일본은 커다란 단일시장인데다 수요도 항상 있다”며 “한발짝 먼저 시장의 흐름을 잡고 선점한다면 승부를 걸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9년전 북아일랜드서 세계경영 첫발…미국·독일 등 11개국 현지법인 자랑

디지털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일찌감치 국외 진출을 통해 살길을 찾은 ‘세계 경영’의 모범 사례다. 창업 초기에는 공장자동화 용역 등 뚜렷한 독자영역 없이 사업을 이끌어가다 1996년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는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에 결합되면서 전자제품에 큰 변화가 일어나던 때다.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 끝에 품질을 인정받았고, 마침 유럽에서 디지털 위성방송 바람이 불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97년 5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현지 생산·판매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휴맥스는 본격적인 국외 마케팅에 나섰다. 유럽시장의 관세 장벽을 넘어설 수 있고, 당시 북아일랜드 산업개발청이 공단 안에 600평 규모의 공장을 미리 지어놓고 2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준 것도 큰 매력이었다. 북아일랜드 법인은 이후 휴맥스 성공의 핵심요인으로 떠올랐다. 휴맥스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사업은 굉장히 빨리 변하기 때문에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에서 직접 보고 고객의 요구를 알아야만 좋은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어 주요 나라에 현지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휴맥스는 현재 미국·독일·일본 등 전세계 11개 나라에 현지 법인을 두고 400여개에 이르는 유통망을 통해 전세계 90여개국에 ‘휴맥스’ 이름을 단 셋톱박스를 팔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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