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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호빵 매출 10월이 최대? 편의점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

등록 2021-01-27 04:59수정 2021-01-27 07:17

비오면 양말 20배 팔려…‘꼬북칩 초코’ 대란조짐도 초기 감지
일 1500만건 결제내역 낱낱이 분석…빅데이터가 산업 성장동력
시간정보 활용해 유통기한 점검해 결제 사전차단
대용량 바나나우유, 1리터 생수 등 자체상품 개발
회원 가입 유도해 구매 정보로 고객유형 맞춤형 정보
GS25 직원이 편의점 점주에게 점포 데이터 분석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GS25 제공
GS25 직원이 편의점 점주에게 점포 데이터 분석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GS25 제공

#호빵 광고의 배경은 으레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한겨울이지만, 실제로 편의점에서 호빵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은 10월이다. 군고구마도 마찬가지다. 왜 한겨울 간식의 최고 매출이 가을철에 발생할까? 편의점은 답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혹한기보다 일교차가 갑자기 커지는 10월에 추위를 가장 처음 느끼게 되는데, 이때가 따뜻한 간식을 찾는 시기다. 편의점 업계는 9월말에 호빵과 군고구마 판매시설 정비를 끝낸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편의점에서 우산 매출만 느는 게 아니다. 양말 매출도 20배가량 증가한다. 지에스(GS)25에 따르면, 여름철 낮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국 점포당 매출이 약 2만원씩 늘어난다. 출시 한달 만에 20억원어치가 팔려나간 ‘꼬북칩 초코츄러스’의 대란 조짐이 초기 감지된 곳도 편의점이다. 지에스25는 출시 직후 재고 회전일이 0.7일을 기록하고 회원의 재구매율이 치솟자, 발매 일주일 만에 발주를 2배로 늘렸다.

유통기한 문제 거의 없는 이유

편의점 산업이 지속 성장을 이어가는 동력은 빅데이터다. 전국 5만여 점포에서 날마다 1500만여건의 결제가 일어나는데, 편의점 본사는 제조사나 신용카드사엔 없는 품목별 시간·장소·동반구매 세부 데이터 등을 쥐고 있다. 편의점 점주가 재고관리와 주문 등을 위해 정보단말기(포스)에 접속하면 당일 날씨를 확인해야 다음 메뉴로 넘어갈 수 있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매출 특성상 점주가 주문할 때 반드시 날씨를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비밀은 이뿐 아니다.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신선식품 종류는 방대하지만, 유통기한이 문제된 경우가 거의 없다. 시간정보를 활용하는 까닭이다. 지에스25 관계자는 “신선식품엔 시간정보가 담긴 타임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유통기한을 점검하고 날마다 오전오후 2번씩 폐기하도록 한다”며 “점주가 미처 폐기하지 못했어도 판매단말기에서 ‘유통기한 오류’ 메시지가 나와 판매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판매데이터는 매출 증대와 신상품 개발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편의점 자체상품(PB)의 배경이다. ‘500㎖ 가공유’와 ‘대용량 요구르트’, 1ℓ 생수가 대표적이다. 바나나맛우유·요구르트·생수 등은 수십년간 제조사가 고수해온 ‘최적 용량’이 있었지만, 편의점에선 사이즈가 다양해졌다. 씨유(CU) 관계자는 “대용량 음료 매출 증가 추세에 따라 제조사에 대용량 제품을 요청했으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쳤다”며 “수년간 소비자의 음용량 증가 트렌드를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제조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대용량 가공유는 씨유 가공유 매출의 1~10위를 차지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직원이 편의점 빅데이터를 분석한 정보를 점주에게 설명하며 컨설팅하고 있다. CU제공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직원이 편의점 빅데이터를 분석한 정보를 점주에게 설명하며 컨설팅하고 있다. CU제공

고객 맞춤화 전략의 밑돌 구실

편의점 업계의 데이터는 더욱 세분화·범주화하는 추세다. 지에스25는 전국의 점포를 구매데이터 기반으로 12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중 ‘출퇴근길’ 유형은 주고객이 20대 후반~30대 중반 여성이고 아침 8시와 오후 6시 매출이 가장 높다. 주요 상품은 껌·초컬릿·생수·기능성 음료 등이다. ‘영파워’ 유형은 20대 초중반 고객이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많이 찾는 곳으로, 홍대·강남역·이태원·신천역 일대다. 도시락·햄버거·가공유가 잘 팔린다. ‘소가족 주거’ 유형은 평수가 작은 오피스텔과 아파트 인근의 점포로, 가정내 조리시설 사용이 적고 김밥·주먹밥·샌드위치가 잘 팔리는 지역이다. 지에스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은 가맹 점포 유형별 데이터를 매년 두차례 업데이트하고 점주들에게 분석서비스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경영은 고객 맞춤화와 관련 조직 강화로도 이어진다. 편의점 업계가 적립·쿠폰 등을 제공하면서 멤버십 회원을 늘리는 비밀도 여기에 있다. 회원 분석을 통해 점포별·품목별 데이터만이 아니라, 성별·연령별·생애주기별 개인맞춤형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서다. 20대 여성은 과일향 맥주를, 10대는 국물없는 용기면을 선호한다는 등의 세대별 소비취향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에스리테일은 1800만명, 씨유는 1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에스리테일은 지난해 데이터경영부문을 만들고 3개팀 30여명의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씨유를 운영하는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지난해 금융보안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편의점 빅데이터 판매에 나서고 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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