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의 대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중·저신용자를 겨냥해 상품을 출시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하반기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을 내놓겠다”며 “구체적인 대출 규모는 금융시장 여건,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현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20년과 비교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1년에는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논란에도 ‘중금리 대출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조건으로 금융당국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연 평균 중금리 대출액이 1조2천억원으로 전체 대출 자산 20조원의 6%에 그치는 등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 가운데 숨은 우량 차주를 발굴하기 위해 카카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활용할 예정이다. 카카오그룹이 보유한 금융·비금융 데이터와 카카오뱅크가 쌓은 중금리 대출 상품 관련 데이터를 결합해 씨에스에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도 자체 씨에스에스를 갖추고 있지만 차주 신용 위험을 독자적으로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해 나이스평가정보 등 개인신용평가사 신용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카카오뱅크는 또 올 하반기 중소벤처기업부 및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 잡고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12월부터 자사 쇼핑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개인사업자 데이터를 토대로 신용대출을 내 주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방법이 될 전망이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은 입점 사업자의 매출과 리뷰, 반품률 데이터 등을 상세히 볼 수 있어 자체 여신 심사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담보 자산도 없어 기존 은행권 대출에서 소외된 소상공인들에겐 새로운 대출 창구가 생기는 셈이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잠정 당기순이익이 1136억원이라고 밝혔다. 2019년 137억원의 8.3배다. 저금리로 대출이 늘면서 이자 부문 수익이 늘었고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비스와 신용카드모집대행 등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올린 수수료 수익도 많아져 지난해 첫 흑자를 냈다.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뺀 수수료 부문 순수익은 68억원, 이자 부문 순수익은 4080억원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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