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의 대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를 겨냥해 상품을 출시한다. 지난해 12월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사 쇼핑 서비스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작한 데 이어 카카오도 본격적인 대출 고객 확대에 나선 것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하반기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전용 상품을 내놓겠다”며 “구체적인 대출 규모는 금융시장 여건,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현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20년과 비교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1년에는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논란에도 ‘중금리 대출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조건으로 금융당국 인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중금리 대출액이 1조4천억원으로 전체 대출 자산 20조원의 7%에 그치는 등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씬파일러)를 대출 고객으로 포섭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또 올 하반기 중소벤처기업부 및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도 선보인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대출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의 신용을 보증해 주고 카카오뱅크가 이를 토대로 대출을 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 12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먼저 출시했는데 카카오뱅크도 여기에 뛰어든 것이다.
개인사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인처럼 월소득이 명확히 집계되지 않고 부동산 등 담보자산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시중은행의 주요 대출 고객층에서 밀려나 있었다. 중·저신용자도 고신용자보다 부실 위험이 높아 시중은행의 대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평점 700점 이상 신용자의 장기연체가능성은 0.58%지만 500점 이상 신용자는 0.94%에 이른다.
관건은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 가운데 숨은 우량 고객을 찾을 수 있느냐다. 두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사의 중금리 대출 상품 관련 데이터와 카카오 선물하기, 카카오티(T) 이용내역 등 카카오그룹 데이터를 토대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했다. 올해는 여신 심사에 쓰일 데이터 종류도 더 늘릴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매출과 반품률, 리뷰 데이터를 토대로 대출 고객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진다. 대형 은행들도 자체 씨에스에스를 갖추고 있지만 차주 신용 위험을 독자적으로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해 주로 나이스평가정보 등 개인신용평가사 신용정보에 의존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금융거래 내역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전기료를 성실히 납부한 내역으로 대출을 받는 등 국내외 곳곳에서 신용평가에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기업의 평가시스템이 인기를 끌면 이들 기업의 내부 대출 심사 정보를 시중은행에 제출하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늘어날 것”이라며 “현행법으론 이런 상거래 정보 전송이 가능한지 불분명한데 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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