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오른쪽). <한겨레> 자료 사진
국민연금이 오는 30일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회사)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해 조현식 부회장 쪽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조 부회장은 동생인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26일 회의를 열어 조 부회장 쪽에서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 검토·행사 기구이며 9명의 외부인사로 이뤄져 있다.
조 부회장은 주주 제안을 통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해놓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앤컴퍼니는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웠다. 수탁위는 “감사위원에게 요구되는 감시·감독 기능 강화라는 측면에서 주주제안에 ‘찬성’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수탁위는 회사 쪽의 이사보수 한도 승인에 반대하고 그 외 회사 제안에는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 안건에 대해서도 사내이사(이수일, 조현범) 선임에 반대하기로 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는 주주 제안(이혜웅)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최대 주주는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사장으로 42.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친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 전량(23.59%)를 넘겨받은 데 따른 것이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이며, 조 부회장의 주주 제안에 동참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0.83%이다.
장남과 장녀는 차남에게 지분을 넘긴 아버지의 결정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내린 의사인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성년후견을 신청한 상태다. 장남이 누나를 편들고 나서 아버지·차남과 장남·장녀가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양쪽 간 지분 차이가 크게 나지만 감사위원 선임에선 제한적인 의미만 띨 뿐이다. 개정 상법의 3%룰(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 때문이다. 조 부회장이나 조 사장 모두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선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 회장의 차녀 조희원(10.82%)씨와 국민연금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까닭이다. 국민연금 지분은 2019년 7.77%에서 지난해 3분기 5.21%로 떨어졌다. 2020년 사업보고서엔 지분율이 공시돼 있지 않다. 지분 5% 미만은 공시의무가 없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소액주주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소액주주 지분은 22.61%이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조 부회장의 제안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한 바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작년 말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2심 판결을 받은 지 한 달 도 안 돼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도 조 부회장 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조 사장 쪽 감사위원 후보인 김혜경 교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반면,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이한상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짜인다는 점 등을 들어 조 사장 쪽 지지를 권고한 상태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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