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100명에게 물었다···국내 기술 수준은 몇점?

전경련·반도체기술학회 설문조사
“평균 71점···인공지능·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은 60점 수준”
“중국 정부 및 대만 기업 투자 확대 가장 큰 위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와 공급망 회복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정상회의’에서 실리콘웨이퍼(집적회로를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규소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분야별 산업 선도국의 기술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학계 60명, 산업계 40명)에게 4개 분야 17개 항목으로 나눠 이렇게 물었다. 지난달 설문조사를 벌여 7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평균 71점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소프트웨어 및 설계 항목이 각각 56점으로 가장 낮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차량용 반도체 설계도 저조해 59점을 받았다. 반도체 장비(60점), 반도체 부품(63점), 전력 반도체 설계(64점), 반도체 소재(65점)도 낮은 평가를 받은 축에 들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메모리반도체 공정(95점) 및 설계(92점)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용 반도체 공정(81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80점)에 매겨진 점수도 비교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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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선 또 주요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육성 움직임 중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 집중 투자와 추격에 대해 30.0%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약간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55.0%에 이르렀다. 대만 기업들의 파운드리 사업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 ‘매우 부정적’ 25.0%, ‘약간 부정적’ 60.0%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한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55.0%)이란 답이 많긴 했지만, ‘긍정적’이란 응답도 39.0%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반도체 고급 기술 인력 수급 및 양성 시스템 부족(14.0%)’이 가장 높게 꼽혔다. 전문가들은 또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인한 글로벌 밸류 체인 불안정’(13.5%),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글로벌 경쟁력 미비’(12.3%)도 우려하는 점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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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기업의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지원(23.0%)’을 많이 꼽았다. 이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및 테스트베드 확대’(18.7%), ‘중장기 인력 양성 계획’(15.7%), ‘연구개발 부문의 주52시간 근무제 유연성 강화’(9.3%), ‘건설·환경·안전(중대재해기업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인허가 패스트트랙’(8.7%) 반영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각국 정부 주도의 지원에 대응해 우리나라 정부도 ‘반도체 산업 발전법’을 발의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소자·설계·소재·부품·장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