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이 기존보다 높게 집계되면서 올해 연 4% 성장 달성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각종 경기 부양책의 정상화도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개선세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 지원책 등을 되돌리는 일이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7% 성장했다. 지난 4월 나온 속보치 1.6%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많아진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등의 수출이 예상을 뛰어 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제조업(1.1%포인트)과 재화수출(1.3%포인트) 부분에서 증가율이 상향 조정됐다.
1분기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연 4% 성장은 더 가까워졌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4%로 올렸다. 만약 올해 남은 분기(2~4분기)에 0.7~0.8%씩 성장하면 연 4.1~4.2% 성장도 가능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한은은 이날 지난해 연간 실질 성장률도 -1.0%(속보치)에서 -0.9%(잠정치)로 수정했다.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달러화 기준으로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수치로, 경기 침체에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17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뒤 4년째 3만달러 초반에 머문 것이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으면 올해는 증가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 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디피 디플레이터(명목 지디피를 실질 디지피로 나눈 값) 또한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2017년 3분기(3.7%) 이후 최고치다. 1분기 총저축률은 소득보다 소비가 적으면서 37.4%를 기록했는데, 향후 보복 소비 지속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행했던 정책들의 정상화 고민도 깊어질 수 있다. 한은은 저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 금리 인상 시기가 빠르면 올해 연말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 유예 조치 등을 조금씩 되돌려야 한다. 문제는 정상화 속도다. 정상화가 너무 급하게 이뤄지면 겨우 살아난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도 지난해 67.5%로 1953년 통계 공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코로나19로 기업의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으나 노동자들의 임금 유지 경향이 강해지면서 피용자 보수가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 긴급 일자리 공급 등도 피용자 보수를 늘리는 것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경기가 하강할 때 노동소득분배율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의 고용 지원도 함께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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