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 연합뉴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 수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공개매수 무산에 영향을 미친 기타법인의 대규모 주식 매수가 새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타법인 매수에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에스엠 주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주당 12만원)보다 높은 12만7600원에 마감됐다. 이날은 하이브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마감일이었다. 지난달 10일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밝힌 최대 목표 수량은 에스엠 발행 주식의 약 25%(595만1826주)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인 삼성증권은 최종 응모수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하이브가 에스엠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최소 지분 30% 이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관계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사업내용을 지배하거나 영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해당 기업을 종속회사, 즉 자회사로 편입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수만씨의 지분 14.8%를 이미 인수한데 이어 공개매수를 통해 약 15%를 추가 매입해 총 지분이 30% 이상이 된다면 공개매수가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기관투자자는 에스엠 주식을 236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은 932억원을 순매도했고 투자신탁사와 사모펀드도 각각 758억원, 377억원 매도 우위였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도 612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 모두 에스엠 주식을 장내 매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된 만큼 공개매수 최종 응모율이 크게 부진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는 에스엠 주가가 지난달 16일께부터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면서 투자자 유인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가를 끌어올린 기타법인 정체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기타법인은 개인·외국인·기관투자자(증권·자산운용·투신·보험·은행·연기금·사모펀드 등)를 제외한 일반법인이다. 지난달 16일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판교점 창구에서는 기타법인 특정 단일계좌에서 에스엠 주식 68만3398주(총 발행주식의 2.9%) 대량 전부 매수주문이 나왔으며, 이 때문에 에스엠 주가는 13만1900원까지 뛰었다.
하이브는 금융당국에 기타법인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1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며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 대량매집 등을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타법인의 대량 매수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에도 발생해 당국이 이 부분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날에도 기타법인은 에스엠 주식 108만7801주(총 발행주식의 4.6%)를 순매수했다.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 동안 기타법인이 사들인 에스엠 주식은 총 194만2630주(총 발행주식의 8.16%)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2417억5000만원어치다.
만약 지난달 16일과 28일의 대량 매수 기타법인이 동일한 곳이라면, 이 기타법인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이 5%를 초과하게 되므로 경영 참가 목적이 있다면 지분 보유 내역을 5 영업일 이내에 공시(경영권 영향 목적 대량보유보고 5%룰)해야 한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이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가 가격을 높여 제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로 맞대응에 나선다면 공개매수 가격이 14만~15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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