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최대 35.0%까지 1주당 15만원에 매집하겠다며 1조2500억원어치 공개매수를 7일 전격 선언했다.
카카오의 신주·전환사채 발행 무산,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확인에 이은 카카오의 이번 반격으로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또다시 예측불허로 빠져들고 있다. 에스엠 주가는 공개매수가 부근까지 급등했다. 특히 이날 카카오가 지난 28일 에스엠 주식 100만주를 대량매집했다고 밝히자 금융감독당국은 이 매집행위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는 이날 아침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공개매수신고서를 코스닥시장에 공시했다. 목표 매수 수량은 최대 833만주(에스엠 주식 총발행물량의 35.0%), 매수가는 주당 15만원이다. 하이브가 제시했던 공개매수가격(12만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주주들에게 제시했다. 최대 매집 수량의 절반씩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나눠 사들이기로 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2~3일에 걸쳐 장내에서 에스엠 지분 총 4.91%(카카오 3.28%, 카카오엔터 1.63%)를 이미 취득했다고 이날 함께 공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는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는 단숨에 에스엠 지분 39.9%(최대)까지 올라 1대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카카오와 경쟁하고 있는 하이브가 취득한 에스엠 지분은 지난 6일 현재 19.43%(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잔여지분 3.65% 포함)다.
카카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에스엠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3사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으나 현재 이 사업 협력이 (외부의 공격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 지분 및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에스엠 내부에서 기존 최대주주(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사이에 벌어진 내분 양상이 ‘현 경영진-카카오 연합’와 ‘이수만-하이브 진영’ 사이에 끝날 때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예측불허 경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번 2차 지분경쟁 국면은 이른바 ‘쩐의 전쟁’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다. 카카오는 한국투자증권(이번 공개매수사무취급자) 계좌에 1조2500억원을 공개매수 결제용 예금으로 예치해두고 있다.
공개매수 소식이 아침에 전해진 뒤 코스닥시장에서 에스엠 주가는 14만9천원대를 오르내리며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하루종일 눈치싸움이 지속됐다. 장 마감가는 14만9700원(전일대비 +15.07%), 변동폭은 14만6500원~14만9700원이었다. 공개매수가에는 한번도 도달하지 못했다. 하이브가 15만원을 이상을 제시하면서 맞불 성격의 제2차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이날 공개매수 공시에서 ‘공개매수의 예외적 철회사유’로 ‘(하이브 등) 제3자의 대항 공개매수 발생’을 제시하고, “본 공개매수 관련 카카오에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 당사자들이 방어행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공개매수 일정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매수설명서를 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인 지난달 28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에스엠 주식을 각각 66만6941주, 38만7400주를 장내 매매로 취득했다. 이어 지난 2일과 3일에도 카카오가 각각 6만8505주, 4만4554주를 장내 거래로 추가 매수했다. 금융감독원 쪽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기간에 지분을 매집한 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행위(시세조종 혐의 여부)인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지난달 16일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에스엠 주식 2.9%(68만3398주)를 매입한 ‘기타법인’의 정체가 카카오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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