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총재 “시장 내성 생겼는데 굳이…”
북한 핵실험 이후 재경부가 경기부양에 나서는 쪽으로 내년도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뜻을 내비친 것과는 달리, 한국은행이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12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당한 내성이 생겨 그런대로 잘 소화해내고 있다”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한국경제를 크게 우려하는 징후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재경부가 경기부양책 검토 뜻을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경기부양책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한가지 얘기를 꺼냈을 뿐, 꼭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해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민간연구소들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북핵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몇 달이 지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내년도 전망치를 낮춰 잡거나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바꿀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날 열린 금통위는 당초 예상대로 콜금리를 현재의 연 4.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경제전체로는 예상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면서 “최근 들어 내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이 좀 약해졌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만큼 앞으로 통화정책에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콜금리 조기인하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오늘 회의에서도 이번 사태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며 “현재 경제상황과 이번 사태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봤을 때 지금으로선 통화정책의 방향을 단정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북한의 핵실험 발표 후 일부 단기적인 영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번 핵실험은 관련국들과 유엔 안보리의 대응, 북한의 추가적 움직임 등에 따라 파급효과의 폭과 깊이가 보다 심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박 차관은 “앞으로 정부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북핵 리스크 증가 등 대내외 여건변화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시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 등을 포함한 관련 대책을 12월말 발표될 경제운용계획에 반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우성 박현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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