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제한에 들어가기 시작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시민이 직원에게서 달라진 대출 지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주택담보대출 대폭 제한’ 첫날 표정
신한·국민 “실수요자만”…우리·하나·농협 “잔액 여유”
강남쪽은 한산 “미리 받아가”…‘총량규제’ 관치 논란 금융감독원이 17일 사실상 주택 담보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의 대출 경쟁에 제동이 걸렸다. 또 주택 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 창구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은행들 움직임=이달 들어 주택 담보대출을 크게 늘린 은행일수록 서둘러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은 이날 오전엔 각 지점에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오후 들어 긴급한 사례에 한해 본점에 승인을 신청하면 대출 여부를 결정해 주겠다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미 승인이 난 것은 대출을 해주지만 나머지는 11월 말까지 사실상 대출받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중도금이나 계약금을 치르는 등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제외하고는 대출을 해 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출액이 많지 않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6일 기준으로 11월 대출액이 4415억원으로 아직 한도에 이르지 않아, 일단 정상적인 대출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11월 대출 증가액이 1721억원에 불과하며, 계속 자산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11·15 부동산 대책과 상관없이 주택 담보대출을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중도금 계약을 체결해 놓은 사람들도 많고 한데 어떻게 인위적으로 대출을 제한할 수 있겠냐”며 “신규 대출자에 대해서도 대출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런 창구=이날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들 찾았던 고객들 가운데 대출 규제 때문에 허탕을 치고 발걸음을 돌린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가락동에 산다는 한 50대 여성은 이날 오전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상담하러 신한은행 가락동 지점을 찾았으나, “오늘부터 대출 규제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 갔다. 또 일부 은행 창구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소에는 하루에 10건 미만의 담보 대출 상담 전화가 받았는데, 오늘은 40~50건이나 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강남 지역의 일부 지점들은 평소보다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청담동지점 관계자는 “강남 사람들은 11·15 대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출 다 받아갔다”면서 “11·15 대책이 나오기 전 3일 동안 대출이 많아 매우 바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의 다른 은행 지점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비슷하다”고 전했다. 총량 규제 논란=금감원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주택 담보대출을 자제하라는 지도에 나선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금감원은 “대출 총량 규제나 대출 한도 설정과 같은 창구지도를 실시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시중은행에 대해 자발적인 규제를 당부했는데도 은행들이 이를 총량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금감원이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명확히게 전달했는지 여부다. 현행법상 시중은행을 상대로 대출 총량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있기 때문이다. 한은법 28조 16호를 보면 “금통위가 극심한 통화 팽창기 등 국민경제상 필요한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6월 금감원이 주택 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창구 지도에 나섰을 때도 금감원의 월권 논란이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창구 지도의 성격상 금감원이 명확한 한도를 제시했는지 여부는 밝혀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관치금융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김수헌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