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콜금리 추이
두번 째 지준 적립 마감일 무사통과
대출 수요 줄고 은행들 미리 준비해
예금 안 늘리면 시장 불안요인 여전
대출 수요 줄고 은행들 미리 준비해
예금 안 늘리면 시장 불안요인 여전
지난해 12월23일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 적용 이후 콜금리가 급등하면서 요동쳤던 단기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세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준율 인상에 따른 두번째 지급준비금 적립 마감일이었던 22일 시장에선 첫번째 마감일이었던 지난 5일과는 달리 별다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시장에서 콜금리는 4.58%(잠정치)로 거래돼 그간의 단기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였음을 보여줬다. 지난 5일엔 콜금리가 4.56%에서 급등해 이틀째 4.67%를 유지했었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큰 무리없이 지준금을 맞춘 것 같다”고 말해 한은이 마지막날 부족한 자금을 꿔주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대량 매입에 나서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한은은 지난 5일엔 1조원 이상의 돈을 풀어 은행들 3곳이 지준금을 맞추도록 했다.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세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9일부터 감지됐다. 하루 전날인 18일 4.71%까지 급등했던 시장 콜금리는 이날 4.58%까지 떨어졌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은행들이 한은의 뜻을 서서히 읽기 시작한 것”이라며 “마감일을 앞두고 미리미리 돈을 마련해 둔 탓에 마감일 날 혼란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부장도 “지준율 인상 시행 한달을 거치며 은행들도 좀더 철저히 준비하는 분위기”라 전했다.
이달 들어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도 단기 자금시장 안정에 보탬을 줬다는 평가다. 최석원 팀장은 “올 들어 대출 잔액이 1조 이상 줄어들었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 속에 대출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은행들이 지준금을 맞추기도 좀 더 쉬워진 게 사실”이라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시장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본부장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시디 물량이 많다”며 “어차피 돈을 꿔서 메꾼 자금은 만기 때마다 위험 요인이므로 은행들이 예금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부가가치세 납부 마감 이후 29일쯤 약 9조원의 부가세 자금이 국고로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은행에 맡겨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다음번 지준 마감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은이 단기 시중자금을 지나치게 조이고 있다는 은행들의 불만도 사그러들지 않는다. 지난 18일엔 ‘단기시장을 죄면서 1조5천억원을 찔끔 푸는’ 한은의 행보를 조삼모사 만화에 빗댄 패러디(http://blog.yonhapnews.co.kr/eco28/post/107426)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나돌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환율 안정과 유동성 축소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인책에 나선 것도 변수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어 단기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환경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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