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의 정책금리 비교
금리격차 여전 ‘엔 캐리’ 청산 힘들어
엔 약세 지속 전망…수출 영향 제한적
엔 약세 지속 전망…수출 영향 제한적
일본은행이 21일 열린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7월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기준금리를 0.25%로 올린 지 7개월만에 두번째 인상을 한 것이다.
경제 회복 자신감 반영=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그동안 불안했던 개인 소비와 물가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지난 15일 발표된 2006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 소비가 전기 대비 1.1% 늘어난 것으로 나오자,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이 소비가 증가 기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연율 기준 3.8%)를 훨씬 웃도는 4.8%를 기록한 것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1년 한차례 제로금리를 포기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뒤 금리 인상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일본은행이 정부·여당의 반대를 무릎쓰고 인상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분석팀장은 “어차피 한차례 정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선거 코 앞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는 지금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도 한몫 했을 것”이라며 “당분간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엔저 계속될 듯=국내 금융시장은 일본 금리 인상 소식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리 인상 시기가 다소 앞당겨지긴 했지만 오히려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주식시장에선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전날보다 8.12(0.56%)까지 하락했으나 다시 회복되며 1.58(0.11%) 내려간 1451.3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68(0.11%) 상승한 608.16으로 마감했다. 원-엔 환율 급락세가 멈추면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지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 역시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제이피모건은 이날 오히려 엔-달러 연말 전망치를 116엔에서 125엔으로 올렸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오히려 3.25원 더 떨어진 78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변동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엔-달러 환율이 소폭 올랐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선 팀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은데다, 주요 국가들의 금리와 일본 금리의 격차가 여전히 3% 이상 나기 때문에 엔 케리 트레이드 자금의 환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따라서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은 당분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윤석 연구위원은 “일본은행으로선 이제 서서히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낸 정도”라며 “큰 방향만 놓고 본다면 엔저 흐름이 약해지겠지만, 당분간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성 김진철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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