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담보대출에서 은행 고객부담 근저당권 설정비 비교(예시)
공정위, 약관 개정…5월부터 시행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때 채무자들이 일방적으로 물어야 했던 근저당 설정비용 대부분을 앞으로는 은행들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부동산 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 분담 기준을 새롭게 정한 8가지 은행여신 표준약관 개정안을 확정하고, 은행들이 오는 5월부터 시행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약관 개정안을 보면, 부동산 담보대출의 근저당 설정비용 가운데 등록세와 지방교육세, 등기신청 수수료 및 법무사 수수료, 조사·감정평가 수수료는 은행이 내도록 했다. 국민주택채권매입비는 채무자 또는 설정자가, 기타 인지세 등의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공정위 김만환 약관제도팀장은 “현행 약관에도 부대비용은 은행과 고객이 협의해 결정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부담시키거나 대출금리를 0.1~0.2%포인트씩 올려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약관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계나 기업에 연간 1조6천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예를 들어 3억을 대출받을 때 그동안 225만여원에 이르던 부대비용이 43만5천원으로 줄어들게 된다.(그림 참조)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그동안 감사원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은행들에 약관 개정을 여러 차례 권고했지만 은행연합회 쪽이 계속 거부해 직권으로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표준약관이 강제력은 없지만 은행들이 다른 약관을 고집할 경우엔 표준약관과의 차이를 고객들이 알기 쉽게 표시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표준약관 채택을 꺼리고 있다. 여인채 은행연합회 여신외환팀 차장은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고, 은행들은 이미 각종 금리 혜택을 통해 설정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며 “은행들과 논의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희 정혁준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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