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탐욕으로 사망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시신이 영원한 구원투수 제이피모건에 의해 수습될 모양이다. ‘베어’의 부음은 베어 마켓(하락장)의 가속화인가, 불 마켓(상승장)의 전환 신호인가? 분명한 것은 곰이 황소의 뿔에 받혀 죽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베어스턴스가 망가지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같이 물렸는데 주가연계증권(ELS)을 거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엘에스의 위험을 국내 증권사가 자체 헤지하지 않고 외국계 투자은행에 맡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했던 이엘에스도 그 무시무시한 신용부도스와프 같은 파생상품이었단 말인가? 그렇다. 하지만 위험을 쪼개고 합쳐서 떠넘기는 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조정장에서 투자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엘에스의 활용가치를 알아본다.
급락 없을땐 스텝다운형·급등 없으면 녹아웃형 유리
변동성 적은 지수·자산 1개로 구성된 상품이 안정적 ■ ELS 기본원리=내게 1천만원이 있어서 연 5% 이자를 주는 예금에 넣어놨다. 1년 뒤 50만원 이자가 나오는 걸 믿고 여윳돈 50만원을 옵션에 투자했다. 잘 되면 높은 추가 수익을 얻고, 모두 날려도 원금 1천만원은 유지된다. 나만의 원금보장 이엘에스를 설계한 셈이다. 증권사에서 파는 이엘에스는 원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로 옵션이나 선물같은 파생상품을 산다. 기초자산(파생상품 거래대상)인 주식이나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지난해 상환된 이엘에스 3075개의 평균 연 수익률은 11.55%였다. 만기는 대부분 1~3년이다. 옵션의 종류와 포지션에 따라 이엘에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관심은 박스권이나 하락 장세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유형이다. ■ 과공비례형=주식이 지나치게 겸손해도 투자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주가가 너무 빠지지만 않으면 고수익이 확정되면서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을 스텝다운형이라고 부른다. 발행 후 3~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통해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데 상환 문턱이 계단을 내려가듯 낮아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주에 판매되는 상품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항셍중국기업지수 두가지로 구성됐다. 만기는 1년이지만 발행 후 4개월과 8개월이 되는 날 두 지수가 최초 기준가격의 85%와 80%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8%의 수익으로 조기상환된다. 조건을 충족 못해 만기까지 갈 경우엔 75% 이상이거나 중간에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역시 18% 수익을 준다. 상품 홍보물은 대충 여기까지 강조하는데 이때 뒤집어 읽는 독해력이 필요하다.
만기에 둘 중 하나라도 75% 미만이면서 한번이라도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그것도 성적이 더 나쁜 지수의 하락률을 기준으로 고스란히 잃는다. 그런데 코스피가 앞으로 반토막 난다면 840대다. 1년 안에 이 지수를 만난다는 것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말고는 상상이 잘 안된다. 물론 하늘이 두쪽 나는 것보다 코스피가 반쪽 날 확률이 높긴 하다. ■ 과유불급형=주식이 정도를 지나쳐도 투자자에 대한 실례다. 주가가 너무 크게 오르지만 않으면 상승률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상품을 녹아웃형이라고 한다. 이번 주에 나오는 한 상품은 코스피200이 지금과 비교해 1년 뒤 40%까지 오르면 상승률의 90%를 수익으로 돌려준다. 최고 수익률은 36%가 된다. 한번이라도 40% 위를 건드리면 연 7.5% 수익으로 확정된다. 그래도 섭섭지 않은 수준이다. 만기 때 지수가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데 서브프라임과 외환위기가 동시에 엄습해 코스피가 0이 되더라도 손실은 5%로 제한된다. ■ 선택 기준은=원금보장과 획 하나 차이인 ‘원금보존’ ‘보장 추구’ 같은 문구의 함정을 잘 구분해야 한다. 물론 원금보장 조건이 좋을수록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제시 수익률이 높을수록 충족조건은 복잡하다. 기초자산과 지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이엘에스의 존재 이유인 안정적 추가수익에 충실한다면 기초자산이 여러개인 것보다는 하나인 것, 개별 종목보다는 변동성이 낮은 지수로 구성된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주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해 이엘에스가 쏟아진다. 당장 투자하진 않더라도 상품의 구조와 특성들을 읽어보며 비교할 능력을 갖춰놓자. 치매 예방에도 좋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변동성 적은 지수·자산 1개로 구성된 상품이 안정적 ■ ELS 기본원리=내게 1천만원이 있어서 연 5% 이자를 주는 예금에 넣어놨다. 1년 뒤 50만원 이자가 나오는 걸 믿고 여윳돈 50만원을 옵션에 투자했다. 잘 되면 높은 추가 수익을 얻고, 모두 날려도 원금 1천만원은 유지된다. 나만의 원금보장 이엘에스를 설계한 셈이다. 증권사에서 파는 이엘에스는 원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로 옵션이나 선물같은 파생상품을 산다. 기초자산(파생상품 거래대상)인 주식이나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지난해 상환된 이엘에스 3075개의 평균 연 수익률은 11.55%였다. 만기는 대부분 1~3년이다. 옵션의 종류와 포지션에 따라 이엘에스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관심은 박스권이나 하락 장세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유형이다. ■ 과공비례형=주식이 지나치게 겸손해도 투자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주가가 너무 빠지지만 않으면 고수익이 확정되면서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을 스텝다운형이라고 부른다. 발행 후 3~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통해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지는데 상환 문턱이 계단을 내려가듯 낮아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주에 판매되는 상품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과 항셍중국기업지수 두가지로 구성됐다. 만기는 1년이지만 발행 후 4개월과 8개월이 되는 날 두 지수가 최초 기준가격의 85%와 80%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8%의 수익으로 조기상환된다. 조건을 충족 못해 만기까지 갈 경우엔 75% 이상이거나 중간에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역시 18% 수익을 준다. 상품 홍보물은 대충 여기까지 강조하는데 이때 뒤집어 읽는 독해력이 필요하다.
만기에 둘 중 하나라도 75% 미만이면서 한번이라도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그것도 성적이 더 나쁜 지수의 하락률을 기준으로 고스란히 잃는다. 그런데 코스피가 앞으로 반토막 난다면 840대다. 1년 안에 이 지수를 만난다는 것은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말고는 상상이 잘 안된다. 물론 하늘이 두쪽 나는 것보다 코스피가 반쪽 날 확률이 높긴 하다. ■ 과유불급형=주식이 정도를 지나쳐도 투자자에 대한 실례다. 주가가 너무 크게 오르지만 않으면 상승률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상품을 녹아웃형이라고 한다. 이번 주에 나오는 한 상품은 코스피200이 지금과 비교해 1년 뒤 40%까지 오르면 상승률의 90%를 수익으로 돌려준다. 최고 수익률은 36%가 된다. 한번이라도 40% 위를 건드리면 연 7.5% 수익으로 확정된다. 그래도 섭섭지 않은 수준이다. 만기 때 지수가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데 서브프라임과 외환위기가 동시에 엄습해 코스피가 0이 되더라도 손실은 5%로 제한된다. ■ 선택 기준은=원금보장과 획 하나 차이인 ‘원금보존’ ‘보장 추구’ 같은 문구의 함정을 잘 구분해야 한다. 물론 원금보장 조건이 좋을수록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제시 수익률이 높을수록 충족조건은 복잡하다. 기초자산과 지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지만 예측하기 어렵다. 이엘에스의 존재 이유인 안정적 추가수익에 충실한다면 기초자산이 여러개인 것보다는 하나인 것, 개별 종목보다는 변동성이 낮은 지수로 구성된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이다. 주마다 여러 증권사를 통해 이엘에스가 쏟아진다. 당장 투자하진 않더라도 상품의 구조와 특성들을 읽어보며 비교할 능력을 갖춰놓자. 치매 예방에도 좋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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