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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농협 신용·경제사업 분리’ 둘러싼 신경전 가열

등록 2009-09-30 21:51

농협 신경분리 개념도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행수익 농민환원이 관권
정부 “올해안 반드시 매듭”…농협 내부서도 탄력받아
노조 “은행수익 농민에 못써” 반대…농민은 반신반의
“나랑 내기할까?”

농협 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따로 떼내는 이른 바 ‘신경분리’ 작업의 전망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30일 “올해 안에 반드시 된다”며 내기를 제안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1990년대부터 모든 정권이 신경분리를 중심으로 한 농협 개혁에 손을 댔지만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원인을 두가지로 꼽았다. 농협의 힘이 매우 강한 상태에서 로비가 집요했다는 게 한 이유다. 이와함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추진하려는 했던 과욕도 일을 그르쳤다고 그는 분석했다.

농협 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건 이런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선을 뼈대로 한 농협법 개정은 이미 지난 4월에 이뤄져 이제 2단계 개혁 작업인 신경 분리를 할 때이며, 이후 3단계로 경제사업 부문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 쪽에서 2단계 농협 개혁 과제로 꼽고 있는 신경분리를 두고 슬슬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농협 노조는 대대적인 신문 광고를 통해 신경분리 불가론을 펴고 있다. 양쪽을 분리하면 은행(신용부문)에서 낸 수익이 더 이상 농민과 소비자를 위해 쓰일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반면, 정부는 민관합동 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에서 지난 3월 마련한 방안과, 농협 자체적으로 마련하게될 개혁안을 바탕으로 관련 법 개정안을 만들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농협 신경분리 주장의 명분으로는 전문성 제고가 우선 꼽힌다. 농협경제연구소의 김석동 대표는 “(양쪽을 떼놓아야) 직원들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양쪽 간에 인력이 왔다갔다하는 현 체제에선 전문적 역량을 쌓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도 신경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농협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신경분리를 통해 양쪽을 각각 주식회사 체제로 바꾸면 개인 투자자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경분리는 농협 내부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농협의 실질적인 주인인 농민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사안이다. 신용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적자 상태의 경제사업 쪽을 지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농민과 농업을 뒷받침하는 현행 구조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은 6700억원의 수익을 거둔 반면, 경제사업에선 9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용사업에선 경제사업 부문의 적자와 사업비 분담(400억원), 교육지원 사업비 분담 3000억원을 메웠고 결과적으로 당기순이익은 2400억원에 머물렀다. 분리된 상태에선 이런 지원 구도는 변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신용 부문에서 생겨나는 수익이 농민들에게 바로 돌아가도록 (농협 개혁안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리된 상태의 신용 부문 이익이 농민들에게 돌아가게 할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농협경제연구소의 한 박사는 “(분리된) 신용분야의 이익 중 일정비율을 경제 분야 또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도록 법규에 명시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농협 신경분리를 둘러싼 다툼의 양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주로 농민단체들에서 신경분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이에 맞서 농협중앙회는 노사가 똘똘 뭉쳐 반대하는 양상이었다. 지금은 이와달리 농협 내부에서도 노조 외엔 공개적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농민단체 쪽에서는 찬성 기류와 함께 그동안 각종 지원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농협 신경 분리를 둘러싼 대립선의 모습이 이처럼 달라진 것은, 역대 중앙회 회장들이 줄줄이 비리 사건에 연루됨으로써 조직 수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정부로서는 어느 때보다 농협 개편 작업에 자신감을 가질만한 환경이다.

관건은 분리된 상태의 신용 부문에서 생긴 이익을 농민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돌려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 쪽에선 농민들에게 직결되게 한다고 약속하지만, 아직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신용부문 이익의 일정 비율을 농민에게 돌려준다고 법규에 못을 박더라도 주식회사 체제의 금융회사는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이익 규모를 고무줄처럼 줄이고 늘릴 수 있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매우 가변적이다.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할 신경분리안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인 것 같다.

김영배 김기태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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