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저축의 날’을 맞아 대구에서 식당 ‘홍천뚝배기’를 운영하며 홍천장학회를 열어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있는 유정자(오른쪽 둘째)씨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는 등 91명이 정부로부터 저축상을 수상했다. 2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박성길·김호명·이옥자씨가 국민포장을, 영화배우 이다해(본명 변다혜·오른쪽)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노숙인 자활시설인 서울시립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신아무개(49)씨는 홍익대를 나와 취직도 했지만 군대에서 당한 사고로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면서 정신병원을 헤메다 몇년 전 이곳까지 흘러왔다. 서울시립 24시간 게스트하우스의 오아무개(53)씨는 사업 실패로 5년 전부터 노숙인으로 살아왔다. 20여년 전에도 사업 실패 뒤 일본으로 건너가 겨우 재기에 성공했지만, 두번째 실패는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렸다. 김아무개(41)씨 역시 8년 전부터 노숙인 생활을 전전하다 지금은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서 지내고 있다.
저축은 생각조차 못했던 이들이 서울시 노숙인 자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거리생활을 청산하고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금융위원장 표창까지 받았다.
신씨는 5년 전 자활프로그램인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1년남짓동안 1천만원을 모아 뇌졸중으로 쓰러진 형의 치료비를 댔다. 이를 계기로 지금도 서울의 한 구청에서 공원청소를 하며 매달 50만원의 월급을 쪼개 저축을 하고 있다. 오씨 역시, 지난 5월 재활용센터인 서울에코시티에 취직하면서부터 월급 130만원 가운데 90만원을 매달 저축하고 있으며, 김씨는 2008년 서울시 희망플러스통장에 가입한 뒤 2년 동안 성실히 돈을 모아 144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김씨는 이 과정에서 보일러취급자격증, 주택관리사자격증 등을 땄으며 아프트 관리소장을 꿈꾸고 있다.
신씨는 “노숙인 시절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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