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매각 조건·민영화 추진 일지
매각공고…‘지분 4%이상 인수나 합병’ 참여조건 확정
드디어 ‘출발 총성’이 울렸다. 출발선 밖에서 10년을 맴돌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로 발생한 은행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가 공적자금 12조7663억원을 투입해 2001년에 세운 금융사다. 이제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팔릴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의 매각 방향에 따라 한국의 금융지도가 새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은행인 경남·광주은행 인수를 둘러싼 신경전이 팽팽하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오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금융 매각 공고안을 확정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56.97%) 전량과 함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주식이다. 우리금융 최소 입찰 참여 조건은 ‘4% 이상 지분인수 또는 합병’으로 정해졌다. 정부로선 우리금융 보유 지분 전량을 팔아치우는 것이 민영화 취지에 걸맞지만, 이 경우 인수비용이 7조~8조원에 이르러 참여자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보유지분 절반(28.5%) 이상을 넘겨 최대 주주자리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방은행의 입찰 참여 조건은 ‘50%+1주 이상 지분인수 또는 합병’으로 정해졌다. 지방은행 매각 주체와 구체적인 매각 물량은 논의를 더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단 최종입찰 제안서를 받아본 뒤, 우리금융과 묶어 팔거나 따로 떼어내 매각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쪽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다음달 26일까지 입찰 참가의향서를 접수하고 예비입찰을 거쳐 올해 말까지 최종 입찰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 인수전은 현재로선 합병을 추진하는 하나금융과 독자생존을 외치는 우리금융의 다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은 정부 지분 일부를 사들인 뒤 우리금융 주식과 자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합병’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분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자사주 3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자회사인 경남은행 인수에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가운데 경남·울산상공회의소 중심의 상공인들까지 의지를 보여 인수전을 달구고 있다. 반면 광주은행은 광주·전남 상공인 외에 뚜렷한 인수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주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혜정 김수헌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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