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추이
32개월만에 1060원대
추가 하락 가능성 높아
추가 하락 가능성 높아
원-달러 환율이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60원대에 진입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4월 무역흑자와 코스피 최고치 경신 영향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주보다 6.5원 떨어진 1065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의 환율정책 기조 변화 움직임과 수급 요인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지수 하락이 가팔라지고 있다. 달러지수 하락은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국제 외환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 관리들의 통화정책을 대변하는 장이 되고 있어 이들의 말 한마디에 신흥국 통화는 춤을 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과 중국이 최근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급 측면에서도 원화 강세 요인이 많다. 코스피 최고치 경신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와 대규모 무역흑자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의 환율정책 기조 변화 조짐도 원화 강세의 배경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을 경기부양의 도구에서 물가안정의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한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요인들로 원-달러 환율은 2분기까지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가 고점을 확인한 이후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해질 수 있는 점은 원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 환율은 1020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으나 연말로 갈수록 원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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